홈아이콘 > 뉴스 > 전체
뿔 달린 도깨비는 가짜다! ‘도깨비, 잃어버린 우리의 신’
안용찬 기자 | aura3@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17-01-31 09:55 수정 2017-01-31 09:57

도깨비.jpg

“머리에 뿔이 달리고 아랫도리만 가린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철퇴를 들고 있는 것은?”


도깨비를 떠올린다면 틀렸다.


이 도깨비는 일본 강점기에 일제가 우리에게 강제로 주입한 또 하나의 일본 문화이다. 우리의 도깨비는 머리도 뿔도 없고, 원시인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지도 않고, 손에는 철퇴를 들고 있지도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깨비의 모습은 일본의 전래동화인 ‘혹부리영감’이 우리에게 그대로 이식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깨비는 어떤 존재인가? 일제 강점기, 강제로 ‘잃어버린’ 전래의 신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연구로 ‘도깨비박사’라는 별칭까지 얻은 지은이는 도깨비라는 단어의 어원에서 도깨비의 성격, 취향, 그리고 존재의 의의까지, 도깨비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것들, 우리가 알고 싶은 것들을 17가지로 명료하게 정리하여 알려준다.


도깨비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15세기인 세종대왕 시절에 발간된 ‘석보상절’에 ‘돗가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도깨비는 이 ‘돗’과 ‘가비’가 합쳐져서 생긴 합성어이며, 뜻은 ‘능력 있는 남자’라고 지은이는 분석한다. 그리고 중국의 다리가 하나뿐인 귀신(독각귀)이나 일본의 요괴와 도깨비를 비교 분석하면서 우리의 도깨비가 중국의 귀(鬼)와 일본의 오니(鬼)와 혼동되거나 뭉뚱그려져 오해받고 있는 상황을 보고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 전래의 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도깨비의 속성과 취향도 들려준다. 도깨비는 보통 산이나 얕은 바다에 살고 있으며, 길 가는 사람에게 씨름을 하자고 하는 장난꾸러기, 또는 모래를 뿌리거나 솥뚜껑을 솥에 집어넣어버리는 등 심술을 부리는 심술꾸러기로 알려져 있다. 산마루에서 도깨비를 만난 민담을 채록한 책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이하게도 씨름은 씨름인데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글씨름’이다.


또 도깨비는 사람을 좋아하며, 때로는 사람에게 다가오는데, 여자에게는 성적으로 접근하며, 남자에게는 친구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을 보면 도깨비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하고, 사람에게 다가오고 싶어 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메밀묵과 술, 고기, 여자를 좋아하며 말의 피를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도깨비고사에는 반드시 제상에 메밀묵을 올리며, 도깨비를 쫓는 이야기에는 반드시 말의 피를 뿌려놓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자가 되게 만들어준다는 ‘도깨비망방이’를 둘러싼 의미도 파헤친다. 전래동화인 ‘개암 열매와 도깨비방망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도깨비방망이는 효를 강조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일반적으로 도깨비불로 알려진 푸른 불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도깨비불은 좋은 조짐으로 여겨지는데, 농경시대에 농민들에게는 풍년을, 어민들에게는 풍어를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깨비는 뛰어난 지관으로서 명당자리를 알려주는 존재로도 전한다.


그렇다면 도깨비는 신일까, 사람일까? 지은이는 도깨비는 신격을 갖고 있지만 상위의 신은 아니고 하위 신 정도에 머물며, 도깨비방망이 이야기에서 보듯이 일종의 심판자 역할을 한다고 본다.


지은이는 도깨비를 받드는 두 가지 제의를 탐구한다. 하나는 ‘도깨비를 불러들이는’ 제의로서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도깨비를 내치는’ 제의로, 화재나 질병을 물리치기 위해 드리는 것이다.


지은이는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일했고, 지금은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한국의 도깨비연구’, ‘한국 민간신앙의 실체와 전승’, ‘우리 문화의 상징세계’, ‘한국의 학교괴담’ 등이 있다.


[김종대 지음/인문서원/204쪽/1만3천원]

뷰티누리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전체댓글 0개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