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진이노텍 고재경 대표 Ⓒ뷰티누리
화장품 패키지의 95%는 폐기물로 처리된다. 재활용 비율이 너무 낮다. 종이 라벨을 제거하거나, 생분해성 또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패키지에 사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쓰레기의 절대적인 '양'이다.
동진이노텍 고재경 대표이사는 “알루미늄을 화장품 용기에 활용한다면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이나 유리가 아니라 알루미늄을 화장품 용기에 사용할 수 있다니 좀 의외다.
서울 서초구 화장품신문 회의실에서 최근 고 대표이사를 만나 화장품 알루미늄 용기에 대해 들어봤다. “알루미늄으로 화장품 용기를 만들면 제품 변질 가능성을 낮춰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고 여러번 재사용할 수 있어 기능성과 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습니다.”
고 대표이사는 “알루미늄은 무한대로 재활용할 수 있어 대표적인 친환경 자원으로 꼽힌다”면서 "알루미늄의 쓰임새는 맥주 캔부터 스마트폰,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직접 화장품신문 본사를 방문한 고 대표는 알루미늄 화장품 용기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다면서 알루미늄 용기 예찬론을 폈다.
38년간 알루미늄 '한우물'판 뿌리기업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캡과 용기를 화장품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는 동진이노텍은 2021년 설립, 아직은 새내기 기업이다. 하지만 고 대표가 알루미늄과 지내온 세월은 강산이 세 번 이상 변할 만큼 긴 시간이다. 1986년부터 알루미늄을 가공해 휴대폰, 전자부품, 차량 오디오에 들어가는 방열판과 명판을 생산하던 뿌리기술 전문기업을 이끌었다. 동남전기 등 LG계열사에 납품하던 탄탄한 회사였다.
“전자제품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일거리가 줄어들었지요. 그 때 눈에 띈 게 화장품용기였습니다.” 고 대표는 플라스틱보다는 알루미늄 용기가 화장품을 만드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은 물론 환경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고 대표가 갖고 있는 주요 원천 기술은 아노다이징(Anodizing)이다. 아노다이징은 제품의 산화를 막고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알루미늄제품 표면 후처리 가공 공정이다. “기존 망작업(모기장)으로는 균일한 피막 두께 유지가 어렵고, 오염이 발생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지요.”

동진이노텍이 개발해 특허 출원한 전용 트레이 모습 Ⓒ동진이노텍
동진이노텍을 설립한 고 대표는 3년여간의 연구 끝에 티타늄 트레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특허도 받았다. 알루미늄 용기를 걸어놓은 채 작업하도록 고안된 트레이는 기존의 망을 이용한 작업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거의 해결했다. 알루미늄 용기가 친환경적이지만 제작과정에서 강산성 화약약품을 사용하고 분진 등 이물질이 많이 쌓여 소비자의 안전과 위생문제는 큰 걱정이다.
“트레이를 활용하면 피막두께를 균일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세척도 잘돼 소비자 안전문제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고 대표의 아노다이징 기술과 특허받은 트레이가 만나 생산해내는 알루미늄용기는 피막이 고를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에 비해 5~6배의 두께를 자랑한다. 또 얼룩, 변색 등의 오염을 최소화했다.
고 대표는 화장품 용기는 담기는 내용물이 변질되거나 내용물로 인해 용기가 부식되지 않도록 균일한 피막두께를 형성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진이노텍은 현재 애경산업에 알루미늄 용기를 납품하고 있다. 고 대표는 "주문량이 늘어나면 공정에서 가루 등 이물질을 털어내는 기계를 제작하기 위해 도면을 준비해 놨다"면서 친환경 포장재 시장 공략에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환경에도 좋고 화장품에도 좋은 알루미늄 용기의 가격은 어떨까? 고 대표는 “가격도 합리적”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성형이 쉽지만 별도의 증착이나 도장 작업이 필요해 원가가 상승합니다, 동진이노텍은 직접 개발한 망과 트레이를 이용해 후가공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도 뛰어납니다.”
그동안 동진이노텍은 화장품 용기 생산에만 집중해왔지만 특허 출원을 기점으로 마케팅으로 무게추를 옮긴다는 방침이다. 고 대표는 "홍보 및 직접 판매를 확대하고, 가공부터 완제품 납품까지 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미래에는 브랜드 가치를 차별화하고 싶습니다.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생산하는 화장품 용기산업의 메카로서 자리매김할 때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요즘 기후위기라고 하잖아요. 알루미늄 화장품 용기 제작은 지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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