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눈 독 들이는 화장품업계...해외 현황은? CBD, 홍콩•유럽 뷰티 시장 새 패러다임 될 듯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12-27 06:00 수정 2021-12-27 09:53
흔히 마약으로만 알고 있는 '대마'를 활용한 화장품이 세계 뷰티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넘어 홍콩까지도 칸나비디올(CBD) 화장품 상품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는 의약품, 식품, 화장품 등의 소재로 CBD 사용이 허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일부 의약품을 제외하고 사용이 금지돼 있다.

대마와 헴프는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 대마 중에서 환각성 THC 함유량이 0.3% 이하인 소재를 헴프라고 한다. 국내서도 대마 유래 종자(헴프 씨드) 오일의 사용은 가능하며, 여기에는 THC가 없는 대신 불포화지방산과 아미노산 등이 주성분으로 함유돼 있다. 대마의 잎과 꽃에는 THC가 많이 함유돼 있고, 줄기와 종자에는 CBD가 비교적 많다.

그러므로 헴프는 산업용으로 활용 가능한 대마로 규정하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헴프산업은 CBD의 다양한 기능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의약품은 물론 식품에서도 초콜릿, 음료, 주류 등의 첨가제로 활용된다. 강력한 항염 및 항산화활성 성분의 화장품 원료로도 주목을 받는다. CBD 화장품은 일반 제품보다 건선과 여드름, 보습, 피부 통증 완화에 탁월한 효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CBD 시장 연구 기관인 브라이트필드그룹(Brightfield Group)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5년 아시아•태평양의 CBD 함유제품 시장규모는 올해 대비 2배 이상 확대돼 약 3억7000만달러(한화 약 4373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홍콩은 신흥 CBD 함유 제품 시장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홍콩정부의 'CBD 판매법' 발표 이후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홍콩에선 CBD를 함유한 제품의 수입 및 판매는 '위험약물조례'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2월 홍콩 위생처가 발간한 자료에도 CBD는 정신활성 물질이 아니며 남용될 잠재성이 없단 내용이 실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외국 CBD 제품은 주로 온라인으로 유통된다. CBD 함유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음료수에 추가할 수 있는 CBD 오일과 캡슐은 물론, 마스크 팩, 바디밤과 마사지 오일 등이 출시돼 홍콩 건강관리와 미용제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현지의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피부염증 치료 효과가 있는 CBD 피부용품 수요가 큰 편이다.

무역협회는 홍콩 CBD 함유 제품 시장에 진출을 위해선 오일, 캡슐 등 직접 복용 제품 보단 미용, 수면제품 등을 내세우는 것이 현지 소비자 공략에 더 알맞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CBD 함유 제품 수요가 커지고 있다.

홍콩 중문대학에 따르면 70%의 홍콩 시민이 학교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CBD 함유 제품의 다양한 효능 중에서도 스트레스 완화, 수면 유도 효과를 판매 포인트로 삼는 것이 홍콩 진출을 앞둔 우리 CBD 기업들에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홍콩 ‘약제 및 독약 조례’에 따라 질환 치료 효능을 가진 모든 물질은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홍콩 약제 및 독약관리국에 등록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대마초에서 추출한 물질인 CBD가 수입이 금지된 THC 성분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제품 수입 전 THC나 CBN 성분 함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매우 중요하다. 홍콩은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칸나비놀(CBN)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기업은 CBD 함유 제품 제조업체에 성분분석서를 요구해 함유 성분과 분량을 확인한 후 구입한다.

CBD가 화장품 성분으로 쓰이면서 유럽에서도 대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대마 합법화 바람이 불며 유럽에서도 대마 재배를 지원하고 규제 문턱을 낮춰왔다. 프랑스를 비롯해 일부 국가들은 대마 농사에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2019년 유럽 국가 최초로 기호용 대마 허용을 추진했다. 네덜란드는 대마 소지와 사용, 거래를 불법으로 보고 있지만 5g 이하의 소량 소지자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합법적으로 생산된 CBD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유럽사법재판소의 호의적인 취지의 판결도 내려졌다. 작년 11월 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에서 회원국간 CBD 거래를 금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합법적으로 생산된 CBD는 거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산하 역내시장 산업 기업가정신 중소기업 총국은 지난 2월 화장품 성분 명단에 CBD를 추가했다. 주요 기능으로 피부 보호제, 컨디셔너, 항산화제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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