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Musical Over:view) 화려한 쇼 비즈니스가 선사하는 즐거움, 뮤지컬 ‘시카고’
방석현 기자 | sj@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06-11 10:50 수정 2021-06-16 10:59


2021 뮤지컬 시카고_공연사진_All That Jazz_벨마 켈리(사진-신시컴퍼니)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그야말로 매진 행렬의 연속이다. 간혹 장기간 사랑받은 뮤지컬 스테디셀러 작품이 가진 생명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지만, 적어도 몇몇 작품엔 그와 같은 공식이 절대 통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 ‘시카고(CHICAGO)’다.

 

믿고 보는 뮤지컬 ‘시카고’가 한국 공연 21주년 기념 공연을 이어간다. 지난 4월 2일 서울 대성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공연은 오는 7월 18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카고’는 1975년 초연 이래 무려 40여 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강력한 명성을 가진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이다. 날카로운 사회 풍자와 재기발랄한 표현이 강점인데, 여기에 관능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연기와 경쾌하고 농염한 재즈 음악 특유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다.

 

물질만능주의와 향락으로 가득했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동명 영화로도 무척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마 영화로 이 작품을 먼저 접한 관객이라면 르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존스, 리차드 기어 주연의 2002년 작 영화를 우선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출발은 연극이 먼저였다. 시카고 트리뷴 지의 기자이자 희곡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한 공판에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연극(원제 ‘A Brave Little Woman’, 1926년 작)은 뜨거운 호평을 받고 무성영화로 제작됐다. 이후 좀 더 시야를 넓힌 작품이 뮤지컬로 재탄생되며 계속된 변화를 거쳐, 1996년부터 지금의 ‘시카고’로 자리 잡았다. 각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온갖 방법으로 무죄를 선고받으려는 여성들, 그리고 자신의 부와 명성을 유지할 목적으로 이들 곁에 선 속물 변호사 이야기엔 휩쓸리는 언론과 더불어 그보다 더 쉽게 휩쓸리는 사회를 향한 비판이 담겼다.

 

사랑스럽고 예쁘면서도 적당히 허술한 록시 하트의 거짓말과 법의 허점을 파고든 빌리 플린이 만든 합작 시나리오는 탄성을 자아낼 만큼 그럴듯하다. 안무가 밥 파시, 앤 레인킹의 감각적인 안무도 눈길을 끈다. 화려한 쇼 비즈니스의 중심에서 ‘살인을 했지만, 죄는 아니다’라 당당히 외치는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를 보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레 수긍한 고갯짓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될지 모른다.

 

뮤지컬 ‘시카고’는 일반적인 작품과 달리 평범한 플롯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시간에 따른 순차 구성을 택하기보다 극적인 연출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의 소개나 퇴장,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하는 장면에서 이 같은 특성이 좀 더 두드러진다. 보드빌 형식의 무대는 눈부시게 화려한 빛으로 인물들을 조명한다. 무대 중앙 박스에 자리한 오케스트라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마치 재즈 클럽처럼 생동감 가득한 연주를 펼치는 이 15인조 밴드가 작품 안에서 또 어떻게 녹아드는지 잘 살펴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그렇다면 뮤지컬 ‘시카고’가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잘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바탕을 둔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된 까닭도 있다. 언론은 대체로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여전히 선동되기 쉬운 대중의 경우,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사실의 손을 들어주려고 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이 내심에 품은 본능과 욕망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 중 하나란 사실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현실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1 뮤지컬 시카고_공연사진_All I Care About_빌리 플린_여자 앙상블(사진-신시컴퍼니)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배우들 또한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이번 ‘시카고’에도 최정원, 윤공주,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 박건형, 최재림 등 실력 있는 뮤지컬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객들의 기대감을 확실하게 충족시킨다. 그중에서도 아직 ‘시카고’를 보지 않은 예비 관객이라면 초연부터 지금까지 무려 21년 동안 같은 작품을 연기한 배우 최정원의 무대만큼은 꼭 직접 보길 추천한다. 관록이 묻어난 무대는 최고의 디바답게 언제 봐도 더없이 감동적이다. 그가 ‘All That Jazz’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저절로 온몸이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또, ‘역대 최연소 빌리 플린’ 최재림의 에너지 가득한 노래와 복화술 연기 또한 압권이다. 그가 선보인 ‘We Both Reached For the Gun’ 프레스콜 영상은 온라인에서 이미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 티파니 영의 무대도 사랑스럽다. 계속해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는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 아마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새로운 활동 영역을 구축하게 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러닝타임 내내 모두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할 뮤지컬 ‘시카고’. 작품을 봤던 관객이 시즌마다 다시 공연장을 찾고, 뮤지컬을 즐겨보지 않았던 관객들도 일부러 걸음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가진 매력이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 시즌부터는 실감 나는 연출을 위해 쓰였던 담배 소품 사용도 중단했다고 하니, 혹시나 이 때문에 관람을 망설였다면 이제 편안하게 관람해도 괜찮겠다. 경쾌하고 멋진 무대가 당신에게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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