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국악 Prologue! 단소 vs 생황
방석현 기자 | sj@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05-28 17:30 수정 2021-05-31 17:32

우리 음악 중에는 노래에서 비롯된 기악곡들이 다수 있다. 19세기에는 성악곡인 가곡의 반주 음악을 따로 떼어내 기악곡으로 발전시킨 곡들이 생겨났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수룡음水龍吟’이다. 초록이 지천인 여름의 초입, 맑은 물살이 계곡을 따라 고요히 흐르는 산중의 청량함을 절로 떠오르게 하는 곡이다. 수룡음에는 ‘생소병주笙簫倂奏’라는, 다소 생소한 수식어가 붙곤 하는데 이는 생황과 단소의 이중주를 가리킨다. 여기에 양금이나 아쟁을 더하거나 해금, 가야금, 타악 등을 얹어 편곡한 수룡음도 유튜브 등에서 들어볼 수 있다. 하지만 수룡음은 생소병주로 들었을 때 가장 청아하고도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맑고 고운 소리, 단소


생소병주 중 단소 (©국립국악원)
 

요즘에는 학교에서 소금이나 가야금 등의 악기를 배우기도 하지만, 꽤 오랫동안 단소는 음악 시간에 배우는 유일한 국악기였다. 40센티미터가량 되는 대나무에 숨을 불어넣는 ‘취구’와 음정을 만드는 ‘지공’을 뚫어 만드는데 플라스틱으로도 제작되어 보급이 용이하고 휴대하기는 좋다. 하지만 단소가 배우기 쉬운 악기는 아니다. ‘단소’라는 창작 동요의 가사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단소 소리 내기의 어려움이 담겨 있다.

어질어질어질 지끈지끈지끈 머리가 아파 / 하 후후후 헥헥헥 아이고 숨차 아이고 숨차 아이고 숨차 아이고 숨차 / 후후헥 후후헥 듣고 싶은 그 소리는 언제쯤 날까 / 태태태(중중중) 임임임(무무무) 내 친구는 잘도 하는데(태황무임중) / 내 입술이 이상한가 나만 안 되네 (중략)

- 창작 동요 ‘단소’ 노랫말 중

 

예전에는 단소로 민요 몇 곡을 연주해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최근 교과서에는 ‘청성곡’이나 ‘타령’ 같은 풍류 음악에 관한 내용도 실려 있다. 전문 연주자들의 단소 연주를 들어 보면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국악기라 여겼던 단소의 미처 몰랐던 아름다운 음색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음원을 통해 학교에서 배우는 단소 외에도 음이 4도 정도 낮은 평조 단소나 개량 단소의 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처용무 보유자이기도 한 김중섭 명인은 영산회상 한바탕뿐 아니라 가곡의 반주 음악 그리고 수룡음처럼 기악곡으로 변주한 곡들까지 연주해 음반에 담았다. 몇몇 곡은 평조 단소로 연주해 함께 수록했으며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에서 모두 들어볼 수 있다. 대금 연주자 이용구의 음반에는 추산 전용선류 단소 산조와 함께 개량 단소로 연주한 북한 작곡가들의 단소 협주곡 등이 실려 있다.

국립국악원 e-국악아카데미(academy.gugak.go.kr)를 비롯해 온라인으로 단소를 배울 수 있는 사이트도 많다. 강사마다 나름의 전공 분야와 노하우가 있어서 따라 하다 보면 소리 내기도 한결 수월하고,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섭렵할 수 있다. 간혹 단소 배우기의 어려움이 국악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금세 터득하긴 어렵지만, 곧게 등을 편 바른 자세와 오랜 시간 집중해서 연주 방법을 익히는 과정도 우리 음악을 값지게 얻는 과정이 아닐까.

 

신비로운 소리, 생황

생소병주 중 생황 (©국립국악원)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소에 비해 생황은 접하기 어려운 악기에 속한다.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맥이 끊어져 대부분의 악기를 중국에서 수입해서 쓴다. 제작 방법의 복원이나 생황 연주를 위한 작곡, 생황이 주가 되는 연주 등이 활발해진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생황의 역사는 길다. 고대 중국에서 전해져 삼국 시대부터 연주했을 것으로 추측되며,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악학궤범 등에 그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 후기에 제작된 악보인 ‘생황자보’나 생황이 그려진 풍속화로 보아 궁중 밖에서도 생황이 연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에 대나무 관을 꽂아 만드는데 전통 생황은 17관이 가장 널리 쓰이며 개량한 생황은 27관, 36관, 37관 등 다양하다. 한 개의 관에서 하나의 음이 나므로, 대나무 관이 많을수록 많은 음정을 낼 수 있다. 또 생황은 국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이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음을 동시에 낼 수 있고 음색도 아코디언이나 풍금에 가까워 창작곡이나 서양 음악과도 잘 어울린다.

생황 연주자로 활동하는 김계희와 김효영이 낸 음반에는 동요 ‘고향의 봄’부터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까지 귀에 익숙하고 듣기 좋은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진진하다. 박경훈이 작곡한 ‘서동요’나 ‘생황을 위한 푸리’ 같은 창작곡도 생황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사도>의 마지막 장면에도 생황이 등장한다. 조승우가 불러 유명해진 ‘꽃이 피고 지듯이’를 생황만으로 연주한 선율이 잠시 사도 세자를 그리는 정조의 춤사위에 얹힌다. 정조의 비통함이 생황의 부드러운 음색에 감싸여 아련함으로 승화하는 순간이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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