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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그널] 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

세계 클래식의 거장들이 예술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유

입력시간 : 2020-07-10 12:25       최종수정: 2020-07-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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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Sir Simon Rattle by Mark Allan 3.jpg

필자는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직업을 가진 여성이며 동시에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이다.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어떻게 길러주어야 할까’ 이다. 

우리와는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그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것이 바로 대인관계 지능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학교, 학원에서 시험을 치며 본인들의 레벨이 어디쯤에 있는지 검사 받기 바쁘다. 영어학원이나 수학학원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레벨 테스트를 받고, 그 성적에 따라 부모와 아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아이들이 영어나 수학 학원에서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까. 음악을 배우면서도 정기적으로 콩쿠르에 나가서 본인의 수준을 검증받고 그림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입시에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게 부지기수다. 우리 교육은 ‘창의성’을 키운다는 예술 장르인 음악이나 미술에서조차 경쟁의식과 줄 세우기가 우선인 경우가 더 많다.

아이들은 레벨 테스트 받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오늘의 친구는 내일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와 나는 다른 존재이므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사회적 배려심을 체득하기도 전에 ‘잘해야 한다. 나는 너를 이겨야 한다’를 배운다. 생활비를 아껴 아이들의 장래와 행복을 위해 시킨 교육들이 아이들을 오히려 행복과 멀어지는 곳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대회’와 ‘성과’ 지향적이지 않은 교육기관(학원)과 문화예술단체들도 있다. 하지만 부모들의 불안과 조급함이 아이들을 다시 대회지향적인 학원으로 데려다놓고 만다.

어떻게 하면 적어도 예술을 접하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하게 배움을 체험 할 수 있을까. 예술교육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참에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에 공부 해 온 외국의 여러 사례들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세계 최고의 지휘자 중 하나인 사이먼 래틀이다. 사이먼 래틀은 ‘How to Build an Orchestra'라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을 직접 소개한다.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다. 번스타인 청소년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그래미 16회 수상에 빛나는 데이비드 포스터가 사회를, 레너드 번스타인의 딸 제이미 번스타인이 나레이터로 참여한 어린이 콘서트는 예술교육에 쏟는 뉴욕 필하모닉의 열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작곡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오선지가 아닌 그림을 그려 작곡을 하는데 이 때 아이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음악교사들이 옆에서 지원한다.

미국 정통 클래식 공연장인 카네기홀에서는 교육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책임까지 자연스럽게 가르친다. 예를 들어 유치원 대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에서는 각국의 동요를 음악회를 통해 접하면서 다문화 가정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친다. 또 어린이 음악회 자료(교사를 위한 지침서, 어린이를 위한 지침서 등)도 웹싸이트를 통해 전세계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그 밖에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만2세부터 만19세까지 연령대를 세분화 해 7개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렇듯 세계적인 주요 예술 단체에서는 오피니언 리더 격인 유명인사들이 어린이 예술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그 중요성을 알린다. 프로그램은 예술가, 교육가, 행정가가 함께 많은 고민과 연구 끝에 기획하며 아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인 내가 봐도 재미있다. 이제 예술단체에서의 공연기획 트렌드는 스타급 예술가를 초청하는 것만큼이나 교육 콘서트 기획에도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 사회적 흐름에 부응해 우리의 문화 예술 단체들도 예술로 인해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도록 힘을 쏟았으면 한다. 공공 문화 예술 단체에서 아이들의 창의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예술교육에 무게감을 두고 공연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간다면 사교육 시장에 만연한 ‘콩쿠르’ 와 ‘성과’ 중심의 교육도 점차 방향이 바뀌지 않을까. 적극적으로 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활용한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질 높은 예술 교육을 접할 수 있을 것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 질 것이다.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피할 수 없는 ‘경쟁’ 속에서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휴식처가 아닐까.

‘창의성’은 남들과 다른 생각을 표현하고 그 생각이 존중받을 때 길러진다. 다름을 인식하기 이전에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사고 방식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두렵고 낯설다. 노래 부르기, 악기 연주하기, 춤 추기, 그림 그리기, 글 쓰기 등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즐기는 모든 유희는 자신의 생각을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의 아이가 모두 ‘산토끼’ 동요를 부르더라도 아이마다 다른 목소리와 느낌으로 부른다.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다른 생각’을 언어보다 좀 더 쉽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다른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야말로 창의성이 피어나는 씨앗이다. 예술을 통해 너와 내가 ‘다르다’라는 것을 드러내고 존중을 배우고 오롯한 즐거움을 느끼는 때가 늘어난다면 더불어 살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본 -SUNMIN_PHOTO_headshot_garden.jpg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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