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현대를 멋있게 걸어간 천경자를 만나다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서울시립미술관에서 11월17일까지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9-25 06:00 수정 2024-09-25 06:00

미술사학자이자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던 최순우는 1963년 신문화랑에서 개최된 천경자의 여섯번째 개인전을 보고 “현대(現代)를 멋있게 걸어가는 작가”라고 평했다. 

‘현대를 멋있게 걸어간 천경자’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천경자(1924~2015) 탄생 100주년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천경자 컬렉션 상설전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와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를 서소문본관에서 11월 17일까지 열고 있다.  

광복 이후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게 된 천경자는 당시 다른 작가들과 달리 동양화, 한국화라는 틀에 가두지 않았다. 채색화는 곧 일본화라는 편견으로 대부분 작가가 수묵화를 그릴 때도 꿋꿋하게 채색화에 정진했다. 우리가 떠올리는 화려한 ‘여인도’ 등이 시대의 흐름에 주눅들지 않는 천경자의 꼿꼿함에서 잉태된 것이다.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

 

8월6일 막을 올린 천경자 켈렉션 상설전에는 천경자의 그림 30점이 소개된다.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60여년에 걸쳐 제작된 작품 중 작가가 직접 선별해 서울미술관에 기증한 93점 중에서도 또 고른 작품들이다. 당시 ‘여행풍물화’로 분류되었던 기행(紀行) 회화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번 전시에선 지금까지 잘 알려진 작가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기행 회화를 세밀하게 소개한다. 

 천경자는 1998년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 천경자는 1998년 소중히 보관해 왔던 작품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전시의 제목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는 작가가 1986년 저술한 여행 수필의 제목이다. 글도 감칠맛 나게 썼던 천경자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경계 없이 이동하는 ‘바람’이라는 소재를 통해 심리적, 물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경계 없이 넘나들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자신의 인생 전반과 작품세계를 은유했다. 전시는 ‘환상과 정한의 세계’, ‘꿈과 바람의 여로’, ‘예술과 낭만’, ‘자유로운 여자’ 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 천경자 '애틀렌터 마가렛 미첼 생가'(1987) ©서울시립미술관 
▲ 천경자 '화병이 된 마돈나'(1990) ©서울시립미술관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포스터.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여류;라는 수식어를 떼어낸 화가 천경자는 동시대를 살아간 여성 화가들을 소환한다. 8월8일 개막한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에선 천경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 작가 22명의 작품과 자료가 소개된다.

이들은 일제강점기(1909–1945), 8·15광복(1945), 한국전쟁(1950–1953), 4·19혁명(1960), 5·16군사정변(1961), 군사독재(1961–1979), 12·12군사반란(1979), 5·18 광주민주화운동(1980), 신군부 정권(1980–1993),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계속된 민주화 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이다. 

특히 이들이 어떻게 비슷한 소재와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던 ‘여류 동양화가’에서 지금의 ‘작가’로 성장해 왔는지 톺아보는 전시회다. 

천경자 작가의 170호 대작 ‘꽃과 병사와 포성’(1972), ‘옷감 집 나들이’(1950년대 초)가 등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므로 천경자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놓쳐선 안 되는 전시회다. 이 그림 외에도 '격변의 시대'를 살아내고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이바지한 정찬영, 이현옥, 정용희 등의  작품 86점들도 만나볼 수 있다. 

▲ 천경자 '꽃과 병사의 포성'(1972) ©서울시립미술관 
▲ 천경자 '옷감집 나들이'(1950년대 초반)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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