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에도 '기능'을 입혀야 살아남는 시대가 온다. 뷰티 및 퍼스널 케어 제품에서 향은 화학 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냄새를 중화해 주고, 동시에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용도로 널리 활용돼 왔다. 최근엔 이 향에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능적 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뷰티 카테고리 전반에 걸쳐 확산돼 왔다. 이른바 '스키니피케이션(Skinification)'으로 불리는 이 트렌드는, 스킨케어 제품의 기능성을 다른 카테고리 제품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헤어케어 보디케어 등 퍼스널케어 제품으로 이어지던 현상이 이제 향에까지 도달한 셈이다. 향료 및 향수 산업은 한국의 뷰티 시장이 특히 취약한 분야다. 하지만 기능성 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등의 기술 발전과 맞물려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도전할 기회가 남아 있다. 화장품신문은 지난해 11월 뷰티 트렌드 조사 기관인 뷰티스트림즈와 함께한 심포지엄에서 '싸이케어(Psycare)'란 개념으로 이 현상을 예측했다. 민텔은 비슷한 개념을 '뉴로글로우(Nero-Glow)'라고 칭했다. 둘 다 뷰티가 정신적 건강, 심리적 만족감의 영역까지 아우른다는 뜻으로, 그 주도적 매개체는 '향'이다. 민텔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스킨케어 제품에 소구되는 여러 기능성을 향에 적용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해서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보라고 조언한다. 특히 AI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향을 개발하고 제품 적용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것을 제안했다. 초개인화 및 맞춤형 제품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기능성 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제품에 하나의 '엣지'를 더해줄 무기가 될 수 있다.
민텔 조사에 따르면 태국 성인 소비자의 25%는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아로마테라피 성분이 함유된 스킨케어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향수 구매 요인으로 '수면보조 등의 다른 기능'을 '오래 지속되는 향' 다음으로 많이 꼽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향의 기능적인 측면을 기대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민텔은 스킨케어의 기능성을 입은 향을 향수뿐 아니라 모든 뷰티 및 퍼스널케어 카테고리 제품에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라고 제언한다. 과학적 증명과 전문가의 견해로 향 기능의 객관성을 설명하고, 다양한 제형/연령/공간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넓혀 뷰티 산업의 미래 시장을 선점하라는 주장이다. 민텔이 말하는 '기능성 향'은 단순히 좋은 냄새를 내는 것 이상의 효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스트레스 감소, 기분 및 수면 개선, 갱년기 관리와 같은 심리적 신체적 건강의 이점을 제공한다. 물론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어떤 이점을 주는가는 스킨케어 제품의 기능처럼 과학적 입증을 전제로 한다. ![]() 기능성 향을 선도적으로 적용한 향수가 있다. 향수 브랜드 Aerway는 제품에 쓰인 향료, 향의 노트가 뇌의 특정 부위를 집중 공략해 기능을 발휘한다는 구체적인 설명과 과학적 증명을 함께 선보였다. 이를테면 오드 퍼퓸 제품인 'Breathe+'는 '부교감 신경계를 자극해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고 알파 뇌파 활동을 증가시켜 깊은 이완을 촉진한다'며 학술지에 게재된 임상연구 결과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향수 외에도 기능성 향을 활용하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스킨케어의 ‘천연’ ‘민감성 피부용’ ‘클린뷰티’ '식물성 원료' 등의 소구 포인트를 향에도 적용시키는 것이다. 가령 스킨케어에 쓰이는 식물 추출물과 칸나비디올(CBD) 등의 기능성 성분을 향료에 섞어 독특한 자연의 향과 피부에 미치는 기능을 구현해볼 수 있다. CRA-YON과 Cannabeauty 브랜드 MANTLE이 협업해 출시한 '더 하이로드 CBD 퍼퓸 오일(The High Road CBD Perfume Oil)'이 그 예다. 이 무알코올 향료 오일은 대마의 잎과 흙향에서 시작해 코코넛의 크리미한 향을 거쳐 삼나무의 우거진 숲 향으로 마무리되는 뚜렷한 향 레이어링 효과와 진정 및 항산화 기능이 뛰어난 CBD의 효능을 한 데 구성했다. 스킨케어의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능성 향은 평소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 민텔 조사에서 ‘지난 6개월 동안 향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한 52%의 인도 성인들은 만약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거나(25%) 스킨케어 성분이 함유된 제품(19%)이라면 향이 나는 제품을 더 사용해 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능성 향을 내세울 경우 효과와 성분에 대한 객관적 증명이 바탕이 돼야 한다. 민텔의 '2023 뷰티&퍼스널케어 트렌드' 보고서는 "소비자들은 효능이 입증된 스킨케어 제품을 더 많이 찾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기능성 향료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모든 카테고리의 스키니피케이션 현상은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성분의 투명성을 요구할 것을 시사한다"고 전망했다. 민텔은 입증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는 각종 인증 기관 및 피부과 전문의와의 협업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미국의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으로 인해 향에 포함된 성분이 공개되면, 성분과 효능을 입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능성 향은 다양한 향수 제형에 활용할 수 있다. ![]() Heretic parfum의 'Amber Butter' 제품은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요법을 담은 고체향수다. 3500만년 전 히말라야에서 화석화된 나무의 수지에서 추출한 앰버 오일을 사용하는 등 원료도 매우 독특하다. 식물성 원료와 비건, 무알콜, 무독성 제품으로 민감성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음을 내세우고 있으며, 치유의 효과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킨케어의 ‘새로운 원료’와 '전통의학 접목', '민감성 피부용'이라는 점을 강조한 고체 향수로 관련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했다. maisom dakota의 'Energyzen' 고체 향수는 황금조개 추출물(Extrait d'algue dorée)과 해바라기유로 피부의 노화 징후를 예방한다. 99.5% 천연 유래 성분을 사용했는데, 이 중 업사이클링 원료도 포함됐다. 리필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등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주목하는 트렌드를 반영했다. 조 말론의 '잉글리시 페어 & 프리지아 센티드 보디 파우더'는 보디 하이라이터 제품에 기존 조 말론의 인기 향을 더했다. 빛을 반사하는 진주빛 파우더로 보디 피부에 은은한 광을 더해주면서 피부 컨디셔닝 성분으로 파우더 제형의 건조함을 보완했다. 좀 더 심리적인 요구에 충실한 기능성 향수도 있다. 샬롯 틸버리가 지난 4월 출시한 향수 컬렉션은 각각 사랑, 행복, 에너지 , 평온함, 파워, 섹슈얼의 감정을 고양시키도록 '기술적으로' 고안됐다. 원료사 IFF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성분 데이터를 분석하고 특정 감정을 고양시키는 분자 구조의 성분 조합을 완성했다. 의식과 무의식 상태에서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성분 테스트를 거쳤고, 향수의 효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하기도 했다. ![]() 특정 이벤트 및 시간대에 맞게 디자인된 향수 역시 소비자의 일상 주기에 맞춘 특별함을 선사한다. 가령 BAUM의 'Foreast' 코오롱 라인은 이른 아침 삼림욕을 하는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제공한다. 늦은 오후엔 Side Story의 '4pm Matinee'로 사무실에서 느낀 갑갑함을 풀고, 야망을 실현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시세이도의 '긴자 나이트 오 드 퍼퓸'은 도쿄의 밤공기를 담아 여성들이 '이중성'을 드러내고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간의 향을 관장하는 '에어케어' 제품에도 기능성 향이 추가될 수 있다. P&G 페브리즈는 가정용 방향 제품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위해 저렴한 기능성 방향제를 출시하고 있다. 올해의 향으로 선정된 'Romance & Desire'는 분홍 장미와 샴페인의 향이 결합돼 내면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면서 향이 적용된 모든 공간에 대한 친밀한 감정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디지털 세계로 진화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연결'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열정적인 향이라는 설명이다.
향은 개인의 취향 편차가 큰 영역이다. 여기에 개개인의 요구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는 AI가 더해진다면? 새로운 향 발견과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맞춤형 향 산업을 확장할 수 있다. ![]() 이스라엘 기술 스타트업 기업 Moodify는 AI를 기반으로 하는 냄새 지도 'Moodify White'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홈케어 퍼스널케어 세제 등의 제품에 악취를 제거할 수 있는 향을 적용하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의 화학엔지니어팀은 스타트업 기업과 협력해 냄새 복제-자각 과정을 정량화하고, 이를 검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AI에 이를 훈련시켜 고객이 원하는 향의 분자 구조를 찾고 조합해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 브랜드들은 AI를 활용해 소비자의 즉각적 반응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제품 개발 및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에스티로더는 사람의 신경학적 반응에 따라 향수를 추천해주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배쓰봇'은 AI로 향과 색에 대한 실시간 감정 반응을 측정해 맞춤형 배쓰밤을 만드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미 현장에서 활용했다. 배쓰봇은 실시간으로 제작 단계까지 관찰할 수 있으며 제품 제조까지 약 2분 정도가 소요된다. No Ordinaty Scent는 'Emotion Tech' 알고리즘을 사용해 소비자 개인에게 의미있는 기억을 바탕으로 향을 만드는 '디지털 향수' 회사다. 이들은 소비자가 휴가 사진, 결혼식 사진 등 감정적 기억이 담긴 이미지를 제공하면 알고리즘은 이미지에서 감정 태그를 추출하고 이를 향 구성 노트에 연결해 맞춤형 포뮬러를 개발한다. 소중한 순간을 단 하나뿐인 향수로 기억할 수 있다니, 얼마나 로맨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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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에도 '기능'을 입혀야 살아남는 시대가 온다.
뷰티 및 퍼스널 케어 제품에서 향은 화학 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냄새를 중화해 주고, 동시에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용도로 널리 활용돼 왔다. 최근엔 이 향에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능적 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뷰티 카테고리 전반에 걸쳐 확산돼 왔다. 이른바 '스키니피케이션(Skinification)'으로 불리는 이 트렌드는, 스킨케어 제품의 기능성을 다른 카테고리 제품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헤어케어 보디케어 등 퍼스널케어 제품으로 이어지던 현상이 이제 향에까지 도달한 셈이다.
향료 및 향수 산업은 한국의 뷰티 시장이 특히 취약한 분야다. 하지만 기능성 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등의 기술 발전과 맞물려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도전할 기회가 남아 있다.
화장품신문은 지난해 11월 뷰티 트렌드 조사 기관인 뷰티스트림즈와 함께한 심포지엄에서 '싸이케어(Psycare)'란 개념으로 이 현상을 예측했다. 민텔은 비슷한 개념을 '뉴로글로우(Nero-Glow)'라고 칭했다. 둘 다 뷰티가 정신적 건강, 심리적 만족감의 영역까지 아우른다는 뜻으로, 그 주도적 매개체는 '향'이다.
민텔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스킨케어 제품에 소구되는 여러 기능성을 향에 적용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해서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보라고 조언한다. 특히 AI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향을 개발하고 제품 적용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것을 제안했다.
초개인화 및 맞춤형 제품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기능성 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제품에 하나의 '엣지'를 더해줄 무기가 될 수 있다.
향+스키니피케이션
민텔 조사에 따르면 태국 성인 소비자의 25%는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아로마테라피 성분이 함유된 스킨케어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향수 구매 요인으로 '수면보조 등의 다른 기능'을 '오래 지속되는 향' 다음으로 많이 꼽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향의 기능적인 측면을 기대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민텔은 스킨케어의 기능성을 입은 향을 향수뿐 아니라 모든 뷰티 및 퍼스널케어 카테고리 제품에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라고 제언한다. 과학적 증명과 전문가의 견해로 향 기능의 객관성을 설명하고, 다양한 제형/연령/공간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넓혀 뷰티 산업의 미래 시장을 선점하라는 주장이다.
민텔이 말하는 '기능성 향'은 단순히 좋은 냄새를 내는 것 이상의 효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스트레스 감소, 기분 및 수면 개선, 갱년기 관리와 같은 심리적 신체적 건강의 이점을 제공한다. 물론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어떤 이점을 주는가는 스킨케어 제품의 기능처럼 과학적 입증을 전제로 한다.

기능성 향을 선도적으로 적용한 향수가 있다. 향수 브랜드 Aerway는 제품에 쓰인 향료, 향의 노트가 뇌의 특정 부위를 집중 공략해 기능을 발휘한다는 구체적인 설명과 과학적 증명을 함께 선보였다. 이를테면 오드 퍼퓸 제품인 'Breathe+'는 '부교감 신경계를 자극해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고 알파 뇌파 활동을 증가시켜 깊은 이완을 촉진한다'며 학술지에 게재된 임상연구 결과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향수 외에도 기능성 향을 활용하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스킨케어의 ‘천연’ ‘민감성 피부용’ ‘클린뷰티’ '식물성 원료' 등의 소구 포인트를 향에도 적용시키는 것이다. 가령 스킨케어에 쓰이는 식물 추출물과 칸나비디올(CBD) 등의 기능성 성분을 향료에 섞어 독특한 자연의 향과 피부에 미치는 기능을 구현해볼 수 있다.
CRA-YON과 Cannabeauty 브랜드 MANTLE이 협업해 출시한 '더 하이로드 CBD 퍼퓸 오일(The High Road CBD Perfume Oil)'이 그 예다. 이 무알코올 향료 오일은 대마의 잎과 흙향에서 시작해 코코넛의 크리미한 향을 거쳐 삼나무의 우거진 숲 향으로 마무리되는 뚜렷한 향 레이어링 효과와 진정 및 항산화 기능이 뛰어난 CBD의 효능을 한 데 구성했다.
스킨케어의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능성 향은 평소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 민텔 조사에서 ‘지난 6개월 동안 향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한 52%의 인도 성인들은 만약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거나(25%) 스킨케어 성분이 함유된 제품(19%)이라면 향이 나는 제품을 더 사용해 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능성 향을 내세울 경우 효과와 성분에 대한 객관적 증명이 바탕이 돼야 한다. 민텔의 '2023 뷰티&퍼스널케어 트렌드' 보고서는 "소비자들은 효능이 입증된 스킨케어 제품을 더 많이 찾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기능성 향료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모든 카테고리의 스키니피케이션 현상은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성분의 투명성을 요구할 것을 시사한다"고 전망했다.
민텔은 입증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는 각종 인증 기관 및 피부과 전문의와의 협업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미국의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으로 인해 향에 포함된 성분이 공개되면, 성분과 효능을 입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층위에 적용하기
기능성 향은 다양한 향수 제형에 활용할 수 있다.

Heretic parfum의 'Amber Butter' 제품은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요법을 담은 고체향수다. 3500만년 전 히말라야에서 화석화된 나무의 수지에서 추출한 앰버 오일을 사용하는 등 원료도 매우 독특하다. 식물성 원료와 비건, 무알콜, 무독성 제품으로 민감성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음을 내세우고 있으며, 치유의 효과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킨케어의 ‘새로운 원료’와 '전통의학 접목', '민감성 피부용'이라는 점을 강조한 고체 향수로 관련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했다.
maisom dakota의 'Energyzen' 고체 향수는 황금조개 추출물(Extrait d'algue dorée)과 해바라기유로 피부의 노화 징후를 예방한다. 99.5% 천연 유래 성분을 사용했는데, 이 중 업사이클링 원료도 포함됐다. 리필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등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주목하는 트렌드를 반영했다.
조 말론의 '잉글리시 페어 & 프리지아 센티드 보디 파우더'는 보디 하이라이터 제품에 기존 조 말론의 인기 향을 더했다. 빛을 반사하는 진주빛 파우더로 보디 피부에 은은한 광을 더해주면서 피부 컨디셔닝 성분으로 파우더 제형의 건조함을 보완했다.
좀 더 심리적인 요구에 충실한 기능성 향수도 있다.
샬롯 틸버리가 지난 4월 출시한 향수 컬렉션은 각각 사랑, 행복, 에너지 , 평온함, 파워, 섹슈얼의 감정을 고양시키도록 '기술적으로' 고안됐다. 원료사 IFF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성분 데이터를 분석하고 특정 감정을 고양시키는 분자 구조의 성분 조합을 완성했다. 의식과 무의식 상태에서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성분 테스트를 거쳤고, 향수의 효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하기도 했다.

특정 이벤트 및 시간대에 맞게 디자인된 향수 역시 소비자의 일상 주기에 맞춘 특별함을 선사한다.
가령 BAUM의 'Foreast' 코오롱 라인은 이른 아침 삼림욕을 하는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제공한다. 늦은 오후엔 Side Story의 '4pm Matinee'로 사무실에서 느낀 갑갑함을 풀고, 야망을 실현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시세이도의 '긴자 나이트 오 드 퍼퓸'은 도쿄의 밤공기를 담아 여성들이 '이중성'을 드러내고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간의 향을 관장하는 '에어케어' 제품에도 기능성 향이 추가될 수 있다.
P&G 페브리즈는 가정용 방향 제품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위해 저렴한 기능성 방향제를 출시하고 있다. 올해의 향으로 선정된 'Romance & Desire'는 분홍 장미와 샴페인의 향이 결합돼 내면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면서 향이 적용된 모든 공간에 대한 친밀한 감정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디지털 세계로 진화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연결'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열정적인 향이라는 설명이다.
AI로 새로운 향 개발
향은 개인의 취향 편차가 큰 영역이다. 여기에 개개인의 요구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는 AI가 더해진다면? 새로운 향 발견과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맞춤형 향 산업을 확장할 수 있다.

이스라엘 기술 스타트업 기업 Moodify는 AI를 기반으로 하는 냄새 지도 'Moodify White'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홈케어 퍼스널케어 세제 등의 제품에 악취를 제거할 수 있는 향을 적용하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의 화학엔지니어팀은 스타트업 기업과 협력해 냄새 복제-자각 과정을 정량화하고, 이를 검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AI에 이를 훈련시켜 고객이 원하는 향의 분자 구조를 찾고 조합해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
브랜드들은 AI를 활용해 소비자의 즉각적 반응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제품 개발 및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에스티로더는 사람의 신경학적 반응에 따라 향수를 추천해주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배쓰봇'은 AI로 향과 색에 대한 실시간 감정 반응을 측정해 맞춤형 배쓰밤을 만드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미 현장에서 활용했다. 배쓰봇은 실시간으로 제작 단계까지 관찰할 수 있으며 제품 제조까지 약 2분 정도가 소요된다.
No Ordinaty Scent는 'Emotion Tech' 알고리즘을 사용해 소비자 개인에게 의미있는 기억을 바탕으로 향을 만드는 '디지털 향수' 회사다. 이들은 소비자가 휴가 사진, 결혼식 사진 등 감정적 기억이 담긴 이미지를 제공하면 알고리즘은 이미지에서 감정 태그를 추출하고 이를 향 구성 노트에 연결해 맞춤형 포뮬러를 개발한다. 소중한 순간을 단 하나뿐인 향수로 기억할 수 있다니, 얼마나 로맨틱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