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박람회 참가 북미는 늘고 중국은 줄고… 소규모·신생 기업 참여 꺼리면서 분위기 '미지근'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5-29 06:00 수정 2024-05-29 06:00

국내 뷰티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뷰티 박람회를 선택하고 있다. 중국 지역 박람회 참여는 줄고, 미주 지역 박람회 신청은 늘어났다. 뷰티 산업 회복세에 비해선 참여도가 아쉬운 상황이다.

4~6월엔 상반기 뷰티 박람회·전시회 일정이 가득 차 있다. 엔데믹 이후 박람회 등의 대규모 행사가 본 궤도로 돌아오면서, 국내 뷰티 기업들도 부스 준비와 바이어 맞이에 여념이 없다. 뷰티 업계도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업황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람회 현장에선 아직  열기가 느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중국 상해에서 지난 22~24일 개최된 ‘2024 상해 화장품 미용 박람회’ 현장. 지난 전시회에 비해 바이어 비중이 높아 밀도 있는 상담이 이뤄졌다. ⓒ코이코

아시아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뷰티 박람회인 '2024 중국 상해 화장품 미용 박람회(China Beauty Expo 2024, 이하 CBE)가 중국 상해에서 지난 22~24일에 열렸다. 40개국 3200여개 기업이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관을 통해 참가한 국내 기업은 총 84개다.

중국은 여전히 국내 뷰티 기업들의 최다 수출국으로, 참여 기업 규모도 타국 행사 대비 크다. 다만, 중국 수출이 예전 같지 않고 진출 기업 수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참여는 이전보다 줄었다.

CBE 한국관 주관사 중 하나인 코이코 관계자는 "과거엔 250~300여개사를 모시고 박람회에 갔으나 최근엔 절반 정도로 참여 업체 수가 줄었다"면서 "다만 '지금이야말로 중국에 진출할 시기'라며 참여 희망 업체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참가 기업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고 28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전시회에선 참관객들이 무료 입장할 수 있어 참가인원 수는 많아도 바이어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올해는 '목표가 있는 바이어'들에 한해 유료 현장 등록을 받았고, 뚜렷한 성과가 있는 기업들이 다수 참가해 진성 바이어들과의 밀도 있는 만남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CBE에 참여한 코스메카코리아 측은 "현지 ODM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기능성 제품을 위주로 전시한 이번 CBE에선  중국 시장 전용 선케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중국 시장 분위기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진출해 있는 브랜드, ODM 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중국에서 치러질 주요 박람회는광저우 미용 박람회(9월), 청두 미용 박람회(10월) 등이 있다. 관심도가 예전만은 못한 상황이지만 지금도 참가 문의는 꾸준하다.

중국 박람회가 '규모보단 내실' 분위기로 가는 반면, 북미 쪽 박람회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이코 관계자는 "특히 7월 예정인 라스베가스 코스모프로프는 현 시점 신청 업체 수가 CBE 한국관 참가 기업 수를 웃돈다"고 귀띔했다.

해외 박람회 부스 예약을 돕는 업체 마이페어의 관계자 역시 "북미 전시회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가 높아 부스 예약 마감이 훨씬 빨라졌다"며 "최근 인기 높은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최소 8개월 전에 참가를 결정짓고 부스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지역 뷰티 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 및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향 화장품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54.5% 늘어났다. 지난해 미국 수출 증가율 45%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다.

전체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박람회 참여가 '선택과 집중' 기조로 가고 있다고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수출이 대폭 늘어난 국가에서 열리는 박람회도 '가는 기업만 간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소규모 기업들 사이에선 "다들 어려운 상황인데 누가 박람회에 나가겠느냐"는 말이 돌 정도다.

한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15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뷰티월드 도쿄'에서도 신규 업체보단 늘 참여하는 기업들 위주로 부스가 채워졌다. 뷰티월드 도쿄는 일본 최대 규모의 종합 뷰티 전시회로, 참가한 K-뷰티 기업들에 대한 호응도는 좋았다. 다만, 일본 내 K-뷰티의 기세에는 미치지 못하는 참여율을 보였다고.

업계에선 뷰티 산업의 수출이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예전만큼 창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 박람회 참여를 보조해주는 정부 지원도 실질적으로는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당장의 실적이 있어야 회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신생 기업 또는 소규모 기업들에게 박람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리스크가 큰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마이페어 관계자는 "올해 뷰티 박람회는 영향력이 큰 상위 3~4개 행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고환율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박람회 참가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업체들이 많고, 참여하는 업체들은 과거보다 효율성을 중시해 큰 전시회 위주로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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