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은 면세 한도 확대... 뷰티도 수혜 가능성 ↑ 관광객 증가에도 면세점 매출은 하락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3-11-28 06:00 수정 2023-12-08 15:40
정부가 면세업계 지원에 나섰다.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하락 중인 면세업계를 산업통상부, 기획재정부 등이 직접 지원키로 했다.  면세 매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뷰티업계도 함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사후면세·향수 등 면세 한도 확대... 지원 이어져 

기획재정부는 "관광업계의 활력 제고를 위해 외국인 사후면세 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향수 면세 한도도 상향 조정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사후면세는 외국인이 물건을 사면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화장품 로드숍이 대표적인 사후면세점이다.

발표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사후면세점에서 환급받을 수 있는 부가가치세 즉시 환급 한도는 현행 1회 50만원·총 250만원에서, 1회 100만원·총 500만원으로 2배 상향된다. 9월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안(1회 한도 70만원)보다 상향 조정폭이 더 늘어났다. 외국인의 국내 관광을 촉진하고, 쇼핑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진작한다는 취지다. 

사후면세 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단연 뷰티다. 최근 관광객 증가로 대표적 관광 상권인 서울 명동이 생기를 되찾으며 화장품 로드숍과 브랜드 매장이 명동으로 몰려들었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통해 그동안 사양길을 걷던 국내 로드숍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또한, 향수의 면세 한도도 확대한다. 지난 22일 제31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민생규제 혁신방안' 167건 중엔 향수 면세 한도를 기존 60ml에서 100ml로 상향하는 안이 포함됐다. 기재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관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관보에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용량 제한으로 50ml 1병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이제 50ml 두 병, 30ml는 3병까지 면세 혜택을 받고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기재부는 60ml보다 큰 용량의 향수 판매 비율이 37%에 달하는 면세 업계의 현실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향수 면세 한도 확대로 면세 및 뷰티 업계는 매출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향수는 면세점 매출 5위권에 꾸준히 드는 인기 품목이며 가장 성장이 도드라지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면세점 내 매출 비중도 높다.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함점 기준 7월까지의 전체 매출에서 향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코리아 듀티프리 페스타(Korea Duty-Free Festa)'가 진행 중인 신라 면세점 서울점을 방문해 지원사격했다. 내수활성화 및 수출 증진에 기여하는 면세업 현장을 확인하고 팬데믹 이후 면세품 매출 동향 등에 대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면세점을 방문한 산자부 오승철 산업기반실장은 "외국인 방문객 증가가 면세점 업황 개선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며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수출 호조세 지속에 이번 페스타가 기여할 수 있도록 면세점 업계가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면세업계 3분기 실적 '먹구름'... 내년엔 개선 전망

이 같은 정부 차원의 면세업계 지원은 올해 관광객이 늘었음에도 면세업계의 실적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월평균 외국인 관광객은 125만명으로, 지난해 27만명 대비 4.5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3분기 면세 업계의 실적은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업계 쌍두마차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3분기에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대비 43% 줄어든 7404억원,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은 29% 감소한 84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의 3분기 매출도 각각 49.1% 하락한 4361억원, 57.5% 줄어든 2373억원에 그쳤다.

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과 3분기 재고 관리 등이 실적 하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 보따리상들에게 지급하던 판관비를 낮추면서 매출이 떨어졌는데, 그 자리를 채워줄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귀환도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아울러 관광객들의 소비 행태가 변하면서 이전만큼 지출이 크지 않다는 점 역시 면세업계의 한숨을 더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인 방한객 수는 26만4000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지만, 매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었다.

다만, 관련 업계는 내년 상반기부터 면세 산업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 노선 중심으로 항공·여객편을 확대하고, 각 면세점이 관광객의 새로워진  성향에 맞춰 새 단장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증권가도 내년 중국인 단체 관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면세업계 역시 업황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면세업계는 달라진 면세점 풍경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면세점에서 방을 뺀 뒤 시내면세점 및 체험형 쇼핑 공간을 제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명동에 면세점 쇼룸 'LDF HOUSE'를 오픈하고, 온·오프 라인이 결합된 형태의 면세 채널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공항 면세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미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마카오공항에 진출해 있고, 7월부턴 인천공항면세점에 입점해 효과를 보고 있다. 3분기엔 처음으로 매출에서 롯데면세점을 앞질렀다. 기세를 몰아 내년엔 인도네시아 바탐공항 면세점에 진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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