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생을 가리키는 Z세대는, 현재 전 산업 영역에서 주목하는 ‘트렌드 리더’다. 향수 업계 역시 이들의 특성에 주목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그 전파가 빠르며 소비 방식이 업계에 큰 영향을 준다. 이들이 본격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현재, 트렌드가 빠르게 오가는 뷰티 업계는 Z세대의 생각과 관심을 누구보다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 ▲글로벌 향수 시장 규모, 2018~2027년(ABIHPEC; Circana InfoScan Reviews; Cosmetica Italia – The Personal Care Association; Economist Intelligence Unit; Fuji-Keizai Group; IKW; KHIDI; KITA; trade interviews) ⓒ민텔 향수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글로벌 향수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2027년에는 19억8989만 달러(약 2조 634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산업 규모의 확대에는 Z세대가 중심에 있다. 향수 업계는 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혁신적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 조사 기관 민텔의 'Z세대를 위해 감각적인 향기로 가득한 향수 제조하기(Crafting scent-sational fragrances for Gen Z)'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향수 시장의 중요한 키워드로, 이 산업의 트렌드를 이끌고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보고서는 Z세대가 이끄는 향수 트렌드를 '지속가능성' '개인화' 그리고 '휴식'이라 분석했다. ◇ 향수도 지속가능성 따져 산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뷰티 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됐다. Z세대는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에 뚜렷한 신념과 행동을 선보이는 세대로, 지속가능한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과감한 움직임을 기업에 요구한다고 민텔의 뷰티 및 퍼스널 케어 전문 분석가 킨션 챈은 분석했다. Z세대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민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여성의 45%가 '지속가능한 퍼스널 케어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며, 영국 Z세대 여성 소비자 76% 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성분이 함유된 뷰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향수 카테고리는 이러한 Z세대의 목소리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향수에 환경 친화적인 패키지를 사용했다는 주장은 2018년 전체 신제품의 7%에서 2022년 21%까지 치솟았다. 올해 출시된 향수 중에서도 지속가능성 클레임을 담은 제품은 전체 향수 신제품의 43%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 친환경, 재사용 패키지만으로 Z세대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그 주장을 더욱 면밀히 감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향수 업계에서 속속 포착된다. 그 중 하나가 생명공학 기술을 통한 향수 제조 방식이다. 생명공학 향수는 천연 재료에서 향료를 추출하는 전통적 방법 대신, 효모나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향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향료 개발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첨단 기술을 통해 더 일관되고 환경친화적인 향을 창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왼쪽부터) Haeckels, Aeir, Scent No.M ⓒ각 사 그 예로 영국의 향수 브랜드 Haeckels는 멸종된 꽃의 향기를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꽃 샘플에서 소량의 DNA를 추출해 유전자 서열을 예측하고 향기로 구성하는 분자를 합성해 향을 재현한다"는 개념이다. 실험실에서 향료를 합성해 향수를 제조하는 Aeir라는 브랜드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선을 보였다. 역시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고유의 향을 만든 브랜드다. 미국 글래스코 대학의 연구원들은 동식물 추출물을 사용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만드는 에센셜 오일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Scent No.M을 설립했다. 미생물을 활용해 갓 베어낸 풀과 바다 공기 같은 향을 만들어냄으로써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의 향료 제작 관행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개성 강한 세대, 맞춤형 향수로 승부 Z세대는 개성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고, 거리낌이 없는 세대다. 개인의 취향에 따르는 맞춤형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 중 맞춤형 향수는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Z세대에게 특별함과 배타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는다. 현재는 니치 향수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전문 조향사가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향수는 대량생산형 향수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한다. 맞춤형 향수는 개인화에 대한 Z세대의 요구를 더욱 세밀하게 반영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민텔 조사에서 스페인 Z세대 소비자 42%는 '개인을 위해 특별 제작된 향수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고, 중국의 Z세대 소비자 중 59%가 '기분에 따라 다른 향수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더해 미국 Z세대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세대 맞춤형 제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맞춤형 향수에 대한 수요가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업계는 맞춤형 향수 서비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온라인 퀴즈나 상담, AI 기반 향 프로파일링과 같은 상호작용 기술에 집중해 직접 체험 기회가 적은 맞춤형 향수 제조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 ▲(왼쪽부터) Scent Lab, Noteworthy ⓒ각 사 예를 들면 미국의 맞춤형 캔들 업체인 Scent Lab은 화학 공학 기술자와 향수 전문가가 개발한 특수 알고리즘을 사용해 소비자의 정체성, 라이프스타일,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향기를 추천한다. 맞춤형 향수 브랜드인 Noteworthy 역시 퀴즈 형식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각 소비자에 가장 어울리는 향수를 선택해 준다. 오프라인 체험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스커버리 박스를 통해 샘플 4종 체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 향수 사용의 목적은 '휴식' Z세대 소비자는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고, 뷰티 루틴을 통한 셀프 케어와 웰니스를 추구한다. 민텔 조사에 따르면 일본 Z세대 소비자의 70%는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으며, 이탈리아 Z세대 소비자는 38%가 '뷰티 루틴 속 휴식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시대에서 성장한 Z세대는 디지털 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를 아날로그적인 향을 통해 해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호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향기를 중심으로 호텔을 선정하거나, 가장 인기 있는 '스몰 럭셔리' 품목이 고가의 니치 향수라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 ▲(왼쪽부터) 100BON, Hako ⓒ각 사 민텔은 향수 업계가 Z세대의 휴식과 웰니스 추구 현상을 겨냥해 향으로 외부 스트레스 요인에 맞서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제시된 프랑스의 향수 및 아로마 테라피 업체인 100BON은 긴장을 완화시켜 숙면유도에 도움을 준다는 페티그레인 등을 함유한 스프레이를 출시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사라 벤구르(Sara Bengur)는 고대 인도의 바투스 관습(우주의 에너지를 조절한다는 개념으로, 정신 수양을 통한 치료법)에서 영감을 받은 룸 스프레이 라인을 선보였다. 자스민 향을 포함해 정서적 웰빙을 증진하는 효과를 꾀했다. 전통적 치료법과 향을 접목해 기능성 향 제품을 만든 사례다. 일본 업체 Hako는 장식하거나 태울 수 있는 포푸리 형태의 종이 인센스를 만들었다. 연기와 향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평온한 휴식을 즐기게 한다는 개념이다. ![]() |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생을 가리키는 Z세대는, 현재 전 산업 영역에서 주목하는 ‘트렌드 리더’다. 향수 업계 역시 이들의 특성에 주목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그 전파가 빠르며 소비 방식이 업계에 큰 영향을 준다. 이들이 본격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현재, 트렌드가 빠르게 오가는 뷰티 업계는 Z세대의 생각과 관심을 누구보다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글로벌 향수 시장 규모, 2018~2027년(ABIHPEC; Circana InfoScan Reviews; Cosmetica Italia – The Personal Care Association; Economist Intelligence Unit; Fuji-Keizai Group; IKW; KHIDI; KITA; trade interviews) ⓒ민텔
향수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글로벌 향수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2027년에는 19억8989만 달러(약 2조 634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산업 규모의 확대에는 Z세대가 중심에 있다. 향수 업계는 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혁신적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 조사 기관 민텔의 'Z세대를 위해 감각적인 향기로 가득한 향수 제조하기(Crafting scent-sational fragrances for Gen Z)'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향수 시장의 중요한 키워드로, 이 산업의 트렌드를 이끌고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보고서는 Z세대가 이끄는 향수 트렌드를 '지속가능성' '개인화' 그리고 '휴식'이라 분석했다.
◇ 향수도 지속가능성 따져 산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뷰티 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됐다. Z세대는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에 뚜렷한 신념과 행동을 선보이는 세대로, 지속가능한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과감한 움직임을 기업에 요구한다고 민텔의 뷰티 및 퍼스널 케어 전문 분석가 킨션 챈은 분석했다.
Z세대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민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여성의 45%가 '지속가능한 퍼스널 케어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며, 영국 Z세대 여성 소비자 76% 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성분이 함유된 뷰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향수 카테고리는 이러한 Z세대의 목소리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향수에 환경 친화적인 패키지를 사용했다는 주장은 2018년 전체 신제품의 7%에서 2022년 21%까지 치솟았다. 올해 출시된 향수 중에서도 지속가능성 클레임을 담은 제품은 전체 향수 신제품의 43%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 친환경, 재사용 패키지만으로 Z세대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그 주장을 더욱 면밀히 감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향수 업계에서 속속 포착된다.
그 중 하나가 생명공학 기술을 통한 향수 제조 방식이다. 생명공학 향수는 천연 재료에서 향료를 추출하는 전통적 방법 대신, 효모나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향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향료 개발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첨단 기술을 통해 더 일관되고 환경친화적인 향을 창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Haeckels, Aeir, Scent No.M ⓒ각 사
그 예로 영국의 향수 브랜드 Haeckels는 멸종된 꽃의 향기를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꽃 샘플에서 소량의 DNA를 추출해 유전자 서열을 예측하고 향기로 구성하는 분자를 합성해 향을 재현한다"는 개념이다.
실험실에서 향료를 합성해 향수를 제조하는 Aeir라는 브랜드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선을 보였다. 역시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고유의 향을 만든 브랜드다.
미국 글래스코 대학의 연구원들은 동식물 추출물을 사용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만드는 에센셜 오일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Scent No.M을 설립했다. 미생물을 활용해 갓 베어낸 풀과 바다 공기 같은 향을 만들어냄으로써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의 향료 제작 관행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개성 강한 세대, 맞춤형 향수로 승부
Z세대는 개성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고, 거리낌이 없는 세대다. 개인의 취향에 따르는 맞춤형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 중 맞춤형 향수는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Z세대에게 특별함과 배타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는다.
현재는 니치 향수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전문 조향사가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향수는 대량생산형 향수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한다. 맞춤형 향수는 개인화에 대한 Z세대의 요구를 더욱 세밀하게 반영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민텔 조사에서 스페인 Z세대 소비자 42%는 '개인을 위해 특별 제작된 향수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고, 중국의 Z세대 소비자 중 59%가 '기분에 따라 다른 향수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더해 미국 Z세대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세대 맞춤형 제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맞춤형 향수에 대한 수요가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업계는 맞춤형 향수 서비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온라인 퀴즈나 상담, AI 기반 향 프로파일링과 같은 상호작용 기술에 집중해 직접 체험 기회가 적은 맞춤형 향수 제조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왼쪽부터) Scent Lab, Noteworthy ⓒ각 사
예를 들면 미국의 맞춤형 캔들 업체인 Scent Lab은 화학 공학 기술자와 향수 전문가가 개발한 특수 알고리즘을 사용해 소비자의 정체성, 라이프스타일,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향기를 추천한다.
맞춤형 향수 브랜드인 Noteworthy 역시 퀴즈 형식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각 소비자에 가장 어울리는 향수를 선택해 준다. 오프라인 체험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스커버리 박스를 통해 샘플 4종 체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 향수 사용의 목적은 '휴식'
Z세대 소비자는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고, 뷰티 루틴을 통한 셀프 케어와 웰니스를 추구한다. 민텔 조사에 따르면 일본 Z세대 소비자의 70%는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으며, 이탈리아 Z세대 소비자는 38%가 '뷰티 루틴 속 휴식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시대에서 성장한 Z세대는 디지털 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를 아날로그적인 향을 통해 해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호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향기를 중심으로 호텔을 선정하거나, 가장 인기 있는 '스몰 럭셔리' 품목이 고가의 니치 향수라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왼쪽부터) 100BON, Hako ⓒ각 사
민텔은 향수 업계가 Z세대의 휴식과 웰니스 추구 현상을 겨냥해 향으로 외부 스트레스 요인에 맞서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제시된 프랑스의 향수 및 아로마 테라피 업체인 100BON은 긴장을 완화시켜 숙면유도에 도움을 준다는 페티그레인 등을 함유한 스프레이를 출시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사라 벤구르(Sara Bengur)는 고대 인도의 바투스 관습(우주의 에너지를 조절한다는 개념으로, 정신 수양을 통한 치료법)에서 영감을 받은 룸 스프레이 라인을 선보였다. 자스민 향을 포함해 정서적 웰빙을 증진하는 효과를 꾀했다. 전통적 치료법과 향을 접목해 기능성 향 제품을 만든 사례다.
일본 업체 Hako는 장식하거나 태울 수 있는 포푸리 형태의 종이 인센스를 만들었다. 연기와 향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평온한 휴식을 즐기게 한다는 개념이다.
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그 전파가 빠르며 소비 방식이 업계에 큰 영향을 준다. 이들이 본격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현재, 트렌드가 빠르게 오가는 뷰티 업계는 Z세대의 생각과 관심을 누구보다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글로벌 향수 시장 규모, 2018~2027년(ABIHPEC; Circana InfoScan Reviews; Cosmetica Italia – The Personal Care Association; Economist Intelligence Unit; Fuji-Keizai Group; IKW; KHIDI; KITA; trade interviews) ⓒ민텔
향수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글로벌 향수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2027년에는 19억8989만 달러(약 2조 634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산업 규모의 확대에는 Z세대가 중심에 있다. 향수 업계는 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혁신적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 조사 기관 민텔의 'Z세대를 위해 감각적인 향기로 가득한 향수 제조하기(Crafting scent-sational fragrances for Gen Z)'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향수 시장의 중요한 키워드로, 이 산업의 트렌드를 이끌고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보고서는 Z세대가 이끄는 향수 트렌드를 '지속가능성' '개인화' 그리고 '휴식'이라 분석했다.
◇ 향수도 지속가능성 따져 산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뷰티 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됐다. Z세대는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에 뚜렷한 신념과 행동을 선보이는 세대로, 지속가능한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과감한 움직임을 기업에 요구한다고 민텔의 뷰티 및 퍼스널 케어 전문 분석가 킨션 챈은 분석했다.
Z세대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민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여성의 45%가 '지속가능한 퍼스널 케어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며, 영국 Z세대 여성 소비자 76% 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성분이 함유된 뷰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향수 카테고리는 이러한 Z세대의 목소리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향수에 환경 친화적인 패키지를 사용했다는 주장은 2018년 전체 신제품의 7%에서 2022년 21%까지 치솟았다. 올해 출시된 향수 중에서도 지속가능성 클레임을 담은 제품은 전체 향수 신제품의 43%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 친환경, 재사용 패키지만으로 Z세대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그 주장을 더욱 면밀히 감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향수 업계에서 속속 포착된다.
그 중 하나가 생명공학 기술을 통한 향수 제조 방식이다. 생명공학 향수는 천연 재료에서 향료를 추출하는 전통적 방법 대신, 효모나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향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향료 개발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첨단 기술을 통해 더 일관되고 환경친화적인 향을 창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Haeckels, Aeir, Scent No.M ⓒ각 사
그 예로 영국의 향수 브랜드 Haeckels는 멸종된 꽃의 향기를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꽃 샘플에서 소량의 DNA를 추출해 유전자 서열을 예측하고 향기로 구성하는 분자를 합성해 향을 재현한다"는 개념이다.
실험실에서 향료를 합성해 향수를 제조하는 Aeir라는 브랜드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선을 보였다. 역시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고유의 향을 만든 브랜드다.
미국 글래스코 대학의 연구원들은 동식물 추출물을 사용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만드는 에센셜 오일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Scent No.M을 설립했다. 미생물을 활용해 갓 베어낸 풀과 바다 공기 같은 향을 만들어냄으로써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의 향료 제작 관행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개성 강한 세대, 맞춤형 향수로 승부
Z세대는 개성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고, 거리낌이 없는 세대다. 개인의 취향에 따르는 맞춤형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 중 맞춤형 향수는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Z세대에게 특별함과 배타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는다.
현재는 니치 향수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전문 조향사가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향수는 대량생산형 향수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한다. 맞춤형 향수는 개인화에 대한 Z세대의 요구를 더욱 세밀하게 반영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민텔 조사에서 스페인 Z세대 소비자 42%는 '개인을 위해 특별 제작된 향수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고, 중국의 Z세대 소비자 중 59%가 '기분에 따라 다른 향수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더해 미국 Z세대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세대 맞춤형 제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맞춤형 향수에 대한 수요가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업계는 맞춤형 향수 서비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온라인 퀴즈나 상담, AI 기반 향 프로파일링과 같은 상호작용 기술에 집중해 직접 체험 기회가 적은 맞춤형 향수 제조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왼쪽부터) Scent Lab, Noteworthy ⓒ각 사
예를 들면 미국의 맞춤형 캔들 업체인 Scent Lab은 화학 공학 기술자와 향수 전문가가 개발한 특수 알고리즘을 사용해 소비자의 정체성, 라이프스타일,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향기를 추천한다.
맞춤형 향수 브랜드인 Noteworthy 역시 퀴즈 형식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각 소비자에 가장 어울리는 향수를 선택해 준다. 오프라인 체험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스커버리 박스를 통해 샘플 4종 체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 향수 사용의 목적은 '휴식'
Z세대 소비자는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고, 뷰티 루틴을 통한 셀프 케어와 웰니스를 추구한다. 민텔 조사에 따르면 일본 Z세대 소비자의 70%는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으며, 이탈리아 Z세대 소비자는 38%가 '뷰티 루틴 속 휴식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시대에서 성장한 Z세대는 디지털 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를 아날로그적인 향을 통해 해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호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향기를 중심으로 호텔을 선정하거나, 가장 인기 있는 '스몰 럭셔리' 품목이 고가의 니치 향수라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왼쪽부터) 100BON, Hako ⓒ각 사
민텔은 향수 업계가 Z세대의 휴식과 웰니스 추구 현상을 겨냥해 향으로 외부 스트레스 요인에 맞서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제시된 프랑스의 향수 및 아로마 테라피 업체인 100BON은 긴장을 완화시켜 숙면유도에 도움을 준다는 페티그레인 등을 함유한 스프레이를 출시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사라 벤구르(Sara Bengur)는 고대 인도의 바투스 관습(우주의 에너지를 조절한다는 개념으로, 정신 수양을 통한 치료법)에서 영감을 받은 룸 스프레이 라인을 선보였다. 자스민 향을 포함해 정서적 웰빙을 증진하는 효과를 꾀했다. 전통적 치료법과 향을 접목해 기능성 향 제품을 만든 사례다.
일본 업체 Hako는 장식하거나 태울 수 있는 포푸리 형태의 종이 인센스를 만들었다. 연기와 향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평온한 휴식을 즐기게 한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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