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유통법'…노동자 보호하는 개정안 시급 온라인 중심 유통산업 재편으로 노동권 침해 만연
최영하 기자 | choi6@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06-17 05:55 수정 2021-06-17 07:14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시장에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풀필먼트 서비스, 빠른 배송 등 물류 인프라의 재편으로 마트나 백화점 등과 같은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유통산업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고강도 노동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당일배송·새벽배송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업무로 배송 전담 노동자들은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하지만 노동의 변화나 노동권 침해의 문제에 대처할만한 정부의 정책과 법 제도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마트 노동자, 자영업자 등 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을 실질적으로 반영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유통산업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 현황 및 대안모색 토론회'가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15일 오후 2시에 열렸다. (사진-최영하 기자)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유통산업 노동자 고용대책 마련을 위해 기자회견을 진행 한데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유통산업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 현황 및 대안모색 토론회’를 열고 대안 마련에 머리를 모았다.

이들은 노동권 침해 문제는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과 법제도는 이 변화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산업전환에 따른 사회 변화에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규혁 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이와 같은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수는 없으므로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수용하되 이 변화의 중심에서 노동자 국민의 일자리와 노동권에 대해 국가적인 관심이 매우 절실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유통과 물류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배송 무한경쟁을 벌어지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김 연구원장은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배송 관련 노동자들은 당일배송(4시간), 24시간 배송 시스템으로 노동권 침해 문제가 심해지고 있지만 규제할 수 있는 법도,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도 없다"고 짚었다.

또한 "유통업에 속한 온라인 배송 기사는 노동자도 아니며 특수 고용으로 분류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택배나 배달기사에게 적용되는 (특수고용)산재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소득이 낮아 투잡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면서 이종산업들이 유통 산업 많이 뛰어들고 있는데,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월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제한 등)은 이종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도 지적했다.

김 연구원장은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대형마트·백화점·면세점·복합쇼핑몰·B마트·이커머스에도 모두 확대 적용해 소상인과 노동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흑자매장 폐점 매각 등 부동산 투기화 중단 △디지털 전환 시 노동자 및 이해당사들의 공정한 전환 보장 △고용유지 지원금 적용과 연장 등의 대안도 언급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구조조정이 일상이 된 처참한 마트 현장을 알렸다. 정 위원장은 대형마트들의 오프라인 매장 폐점·매각으로 인한 대량 구조조정을 크게 우려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2016년 이마트 2만9390명, 롯데마트 2만6357명, 홈플러스 2만4591명이었던 직원 수는 지난해 각각 2만5310명, 2만2791명, 2만1071명으로 5년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개 점포를 정리한 롯데마트는 올해 3월 추가로 한곳을 더 폐점했고, 이마트도 올해만 3개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점포를 정리 중이며 내년 이후에도 매장 정리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4년간 대형마트 인력 감축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직영노동자만 1만 명이 넘게 줄어들었고, 직영보다 2~3배 더 많은 협력, 입점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심각성을 일렀다.

이어 “마트산업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극심한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현장에 제대로 된 신규 인력이 충원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이커머스 시장 확대와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진출하는 등 변화하는 유통업 생태계에서 중소상인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이 어떻게 상생할 것인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비스 노조 측은 변화하는 유통산업 변화에 맞춰 온라인 유통업에 대한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종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현재 유통법에는 무점포판매(온라인 판매)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신산업 규제라는 논쟁을 넘어 관련 세부 조항을 마련하고 물류와, 유통의 통합, 온오프 시장 전체에 공정한 규제와 고른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유통업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정부 측으로 참석한 조진화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 서기관은 "현재 여러 부처에서 법안을 논의하고 있고, 생활물류법과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을 제도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오늘 의견을 포함해 앞으로도 여러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입법 논의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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