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뷰티시장에 남녀의 장벽을 허문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뷰티업계가 남성성 혹은 여성성을 강조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에 집중해오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현상이다.
‘젠더리스’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통합시켜 양성성을 표현하거나,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의 개념을 초월한 중성성을 추구하는 것을 지칭한다. 소비자를 대할 때 성별을 특정하지 않고 배제하는 것을 뜻하며, 모든 성별을 동일시하는 것을 뛰어넘어 성별을 초월한 브랜드 특성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여성용 화장품은 은은한 꽃, 과일향이 나는 내용물에 분홍색, 꽃무늬 디자인이 삽입된 포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남성용 화장품에는 ‘for men, Homme’ 등의 문구가 들어가고 블랙, 블루 등의 포장 용기로 남성성을 강조하는 현상이 주를 이뤘다.
KOTRA 관계자는 “이전에는 명확한 제품 라인과 마케팅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용 제품을, 남성이 여성용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시 돼왔다”면서 “이제는 성별의 구분보다 신체의 특성이나 취향의 차이를 고려한 상품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남녀의 경계를 허문 상품, 마케팅 추세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여성용 향수에 주로 쓰이는 과일, 꽃향기, 남성용 향수에 주로 쓰이는 강한 머스크 향 외에 우디나 레더 등 중성적인 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아쿠아 디 콜로니아 무스치오 오로’와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티크의 ‘베티베리오 오 드 퍼퓸’이 대표적인 남녀공용 향수다.
맥(MAC), 톰포드뷰티, 마크제이콥스는 유니섹스 라인을 출시하고 성 구분이 없는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 브랜드가 성 중립 화장품 라인의 확장을 꾀하는 동시에 젠더리스 콘셉트를 정체성에 포함시킨 브랜드들도 시장에 등장하는 추세다.
본격적인 젠더리스 화장품 브랜드도 나왔다. 미국 브랜드 플루이드(Fluide)는 ‘모두를 위한 메이크업(Makeup for everyone)’을 추구하며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델로 고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제카(Jecca) 역시 ‘메이크업에는 성별이 없다(Makeup has no gender)’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지난달 국내 최초의 남녀공용 화장품 브랜드 라카(LAKA)도 론칭된 상태다. 해당 브랜드는 남녀 모두를 위한 메이크업을 표방하며 K-뷰티의 유행과 함께 성 중립 트렌드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KOTRA 관계자는 “LGBT(성적소수자) 인구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기업들에게 중요한 잠재 고객으로 자리잡았다. 젠더 문제가 최근 몇 년간 뜨거운 이슈로 제기되는 만큼 기업들이 성 소수자 및 젠더 문제에 어떻게 관여하고 활동하는지에 따라 전반적인 기업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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