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M(Project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지난해 8월 1일 취임식을 갖고 비앤비코리아(Beauty & Balance Korea)를 이끌고 있는 오명석 대표가 세운 전략이다.
‘P-ODM’은 기존 ODM 기업이 제공하는 기획, 처방, 생산 뿐만 아니라 일부 브랜드사가 힘겨워하는 디자인, 위생허가, 마케팅,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는 방식을 말한다. 브랜드를 미리 만든 다음 B2B 고객사에 ‘영업’하는 시스템이다. 브랜드 상표권은 공동 소유다.
비앤비코리아가 ‘P-ODM’를 내세울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위생허가 획득과 상표권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위생허가 소요 기간이 길어지면 판매 시기를 놓치고,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판로가 막히거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 ‘P-ODM’은 이같은 문제를 미리 준비하고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즉, ‘유비무환(有備無患)’ 사업 모델인 셈이다.
이유는 또 있다. 비앤비코리아는 2011년 설립 이후 게리쏭 마유크림 제조사로 초고속 성장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2015년 매출 5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올렸다. 그 자금으로 2015년 인천 서구 오류동 검단산업단지에 CGMP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비앤비코리아는 마유크림만 생산하는 기업으로 화장품업계에 알려졌다. 이른바 ‘낙인 효과(Stigma effect)’로 다른 제품 영업이 쉽지 않았다. 빛과 그림자는 함께 있는 법. 비앤비코리아는 중국에서 ‘진품’ 마유크림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좋은 인식을 얻었다. 중국인이 마유 제품을 살때 브랜드 보다 제조사를 먼저 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비앤비코리아가 ‘P-ODM’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바탕이었다.
비앤비코리아가 새로운 ODM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P-ODM’ 전략이 안성맞춤인 선택이다. ‘P-ODM’를 위해서는 투자와 인력 재배치가 필요했다. R&D연구소 연구원은 10여명에서 20여명으로 늘렸다. 경력자 위주로 뽑았다. 디자인연구소 인원은 3명에서 8명으로 강화했다. 영업 인력은 2명에서 10명으로 확대했다. 위생허가 서비스 전담 인력도 두었다. 공장은 마스크팩 라인을 늘리고, 자동 튜브충진기도 갖췄다. 특히 멀티셀 라인을 도입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과대하게 늘어난 고정비용은 줄였다. 비효율적이던 3개 창고를 1개만 운영하고, 통근버스를 없애고 카풀을 지원했다. 서울에는 연구소, 디자인, 마케팅, 영업을 서울사무실에 함께 두었다. 고객사와 회의를 가지면 이들 4개팀이 모두 참가해 각자의 역할을 생각하고 함께 토론했다. 고객사의 의견을 정확하게 듣고, 효율적으로 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체질 개선은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다. 비앤비코리아의 고객사는 1년여만에 40여개사로 늘었고, 올해말까지 70여개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 고객사는 100개사다.
방판, 홈쇼핑, 다단계 등 국내 유통회사와도 협업관계를 맺고, 중국을 중심으로 미주, 동남아 중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판매유통기업과도 거래처를 늘렸다.
특히 비앤비코리아는 2016년 자회사로 섬유향수 브랜드 ‘러비더비(LoveyDovey)’로 유명한 ‘제이엘벤쳐스(JL-Ventures)’를 인수하고, 남성화장품 브랜드 ‘보나드(Bonnard)’를 런칭했다.
이어 비앤비코리아는 젠틀몬스터 Co-founder가 설립한 디지털마케팅 회사인 엠코어컴퍼니(Mcore Company)와 ‘릿치노블’을 세우고 20대를 위한 자연주의 브랜드 ‘보타닉투웬티(Botanic Twenty)’, 기능성화장품 브랜드 ‘누브띠(nouveaute)’, 헤어·바디케어 분야의 중국 로컬 1위 기업인 Lafang Group과 ‘비모뉴먼트’를 만들어 자연주의 브랜드 ‘달비(d’Alba)’, 통합마케팅 기업 KJ S&M사와 ‘아이린앤코’를 설립해 안티에이징 브랜드 ‘셀라비(Cell:Avie)’를 런칭하는 등 조인트벤처(JV)를 세웠다.
비앤비코리아는 원스케어, 포커페이스, 브리셀, 스킨드레스, 아르메스 등 상표 출원 등록도 마쳤다.
“조인트벤처를 통해 안정적인 고객 확보와 브랜드사 가치 성장의 수혜를 공유하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습니다. 조인트벤처 브랜드가 빠르게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가 비앤비코리아 성장의 안전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다고 (비앤비코리아의 ‘P-ODM’은) 브랜드 장사가 아닙니다.”
비앤비코리아는 ‘P-ODM’으로 처음 만든 브랜드 ‘자효(Natural Fermentation, 자연 발효)’를 최근 내놓고 영업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발효 마유’(특허출원번호:10-2016-0086750)를 함유하고 있다. 발효 마유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동물성 오일로 기존 마유 제품 보다 순해졌지만 흡수력을 높였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비앤비코리아는 유럽산 마유를 쓰고 있다. 제품은 중국 기후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수분형크림과 고형크림 두 가지다. 비앤비코리아가 개발한 발효마유는 디에프에스컴퍼니(DFS Company)의 마스크팩 브랜드 ‘하루하루’(haru24.co.kr)에 처음 적용했다.
이제 비앤비코리아는 제2의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오 대표는 취임 직후 CI를 정비하면서 비앤비코리아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비앤비코리아의 슬로건은 ‘Light the world with beauty’로 핵심 가치는 △Forward Thinking(고객보다 먼저 생각하라) △Excellent Quality(최고의 품질) △Global Competitiveness(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파트너)이다.
“27년간 몸담은 코리아나화장품을 떠나 비앤비코리아를 맡은 이유는 도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고객사에게 창의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보다 먼저 고민하겠습니다.”
오 대표는 비앤비코리아의 올해 매출 목표액을 300억원으로 잡았다.
그는 중앙대 무역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EMBA)을 졸업한 뒤, 1988년 라미화장품 마케팅팀에 입사했다. 1990년 코리아나화장품으로 옮긴 뒤 2014년 국내 영업 총괄(아트피아 경영 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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