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앵글 속 또 다른 세상을 만나다 서울 찾은 세계적인 사진 작가들
두유진 기자 | dyj0128@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6-10 06:00 수정 2024-06-11 09:27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의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전은 회화나 조각 전시회보다 드물게 열리는 데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들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초여름 세계적인 거장들의 앵글에 잡힌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칸디다 회퍼 'renascence‘

"저는 단지 현대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을 간직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1975년 뒤셀도르프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50년 동안 회퍼는 도서관, 박물관, 콘서트 홀 등 전 세계 문화적으로 중요한 공공장소의 내부를 특유의 정밀한 구성과 디테일로 촬영해 왔다. 거주민의 부재에 초점을 맞춰 공공 공간의 풍부한 사회적, 역사적 함의를 강조해온 회퍼는 회복과 재생의 렌즈를 통해 전 지구적 역경에 대한 독특한 프레임을 드러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전시 제목인 'renascence'는 흔히 낡은 것의 부활을 뜻하며, 팬데믹으로 인한 마비 이후 공적 영역의 '회복'과 깊은 역사적 울림을 지닌 서구 문화 공간의 물리적, 제도적 '재생'이 교차한다. 

프랑스 파리의 카르나발레 미술관(Musée Carnavalet)과 독일 베를린의 모더니즘 랜드마크인 뉴 내셔널 갤러리(Neue Nationalgalerie)의 리노베이션에 따른 공간변화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보여 주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극히 사실적인 사진들이지만 그 사진이 담고 있는 철학은 깊고 울림이 크다. 회퍼는 건축 리노베이션에 비유되는 공공 영역의 제도적, 사회적 쇄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종종 ’파열‘ 또는 ’공백‘으로 묘사되는 팬데믹 기간을 과거의 흔적이 현재와 미래와 관련해 갱신되고 업데이트되는 연속성의 시간으로 재검토하도록 이끈다.

국제갤러리에서 7월28일까지 

‘Komische Oper Berln(i베를린 오페라단)’ #2022 국제갤러리

리차드 미즈락 사진전 


미즈락의 사진은 아이패드를 통해 우리와 가까워졌다. 2010년 아이패드가 세상에 처음 공개됐을 때 스티브 잡스가 발표회에 들고나온 아이패드의 배경 화면이 바로 미즈락의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아시아 나들이다.

1970년대부터 컬러 사진의 ‘챔피언’으로 활동해온 미즈락은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이슈와 관련된 광활한 장소를 사진에 담아 신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네바다 사막의 폭탄 실험장, 우주선 착륙 장소, 핵실험장 등 자연과 문명이 충돌한 현장을 담은 사진들은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에 실재하는 풍경을 담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선 1990년대초부터 2019년까지 대표 연작들과 신작 등 15점이 전시된다. 광활한 소금사막 한 가운데 놓인 식탁과 의자가 그려낸 초현실적인 풍경,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을 재해석한 사진 등이 소개된다. 또 미국 하와이의 한 호텔 발코니에서 20여년간 같은 시점에서 포착한 바다 위 인물을 담은 연작 '온 더 비치'도 전시 중이다.

작가가 처음 공개하는 신작도 있다. 미국의 한 정신병동에서 의뢰받아 팬데믹 기간 제작한 '코끼리 우화' 연작이다. 시각장애인과 코끼리의 우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이다. 

페이스 갤러리 서울에서, 6월 15일까지 전시
 

Desert Fire #249, 1985 © Richard Misrach

 

알렉스 프레거 '웨스턴 메카닉스(Western Mechanics)’


영화와 사진, 조각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작업을 펼쳐온 프레거의 신작들이 소개된다.

현실과 가공 사이를 탐색하는 프레거의 신작 사진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하고, 우리에게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프레거는  특유의 테크니컬러 화면에 전형적이거나 일상적인 사물을 병치하고, 거기에 유머와 알레고리를 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복잡하고 어두운 주제에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을 굳이 몰라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전시 제목과 동일한 작품 ’웨스턴 메카닉스‘(2024)는 그림 좀 아는 이들에겐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1818-19)이나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을 떠오르게 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기하학적 구도 안에 뒤얽힌 인물들을 배치해 복잡한 화면 속에서 짜임새 있는 조직감을 도모했다. “이처럼 연출된 강렬하고 고요한, 동시에 낙관적인 무질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존재에 내재된 모순을 가리킨다”는 해설을 몰라도 기절하거나 고함을 지르고, 키스를 나누는 각종 인물들과 그 배경으로 등장하는 말은 미소를 띠게 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첫 장편 영화인 '드림퀼'(DreamQuil) 제작과 병행해 기획된 전시다. '드림퀼'에서 작가는 기술의 발전과 자연 질서의 와해를 이야기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전시회를 본다면 사진이 품고 있는 철학을 조금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리만 머핀 서울에서 6월 22일까지 전시.

알렉스 프레거의 '웨스턴 메카닉스(Western Mechanics). 2024  ©리만머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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