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원료와 독자적 기술로 '업사이클 뷰티' 열고 이끈다 뷰티 라이징스타 플렌티플랜트 이범주 대표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5-08 06:00 수정 2024-05-08 06:00

"잘못 선정된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겠다는 강한 의무감과 책임감이 앞섭니다."

서울 관악구 ㈜라피끄  서울 사무실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이범주 대표는 ‘플렌티플랜트(Plenty Plant)’가 화장품신문의 3호 라이징스타 브랜드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부담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플렌티플랜트를 화장품신문이 알아보고 유망기업으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감사한 만큼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라피끄가 업사이클 뷰티 브랜드 플렌티플랜트를 출시한 것은 2022년. 본격적인 국내 ‘업사이클 뷰티’ 브랜드지만 아직 ‘덜 알려진’ 이유로 이 대표는 부족한 마케팅을 꼽았다. 그만큼 품질은 자신 있다는 얘기다. 용기나 포장재만 친환경으로 교체하는 소극적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 화장품의 본질인 원료에서부터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능동적인 클린뷰티 브랜드임을 이 대표는 강조했다.

라피끄 이범주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화장품신문이 ‘플렌티플랜트’의 진가를 알아줘 매우 고맙다고 말했다. ©뷰티누리

식물, 탈탈 털어 쓴다

플렌티플랜트는 우리 주변의 많은 식물들을 표현하는 단어로, 식물은 존재하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표는 그만큼 식물의 힘을 믿고 있다.

그는 플렌티플랜트를 통해 '식물 소재를 이미지로만 소진하던 업계'에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다. "극소량의 저농도 추출물로 식물성 화장품인 척하는 업계 일부의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다"고. 그래서 플렌티플랜트는 식물성 원료들을 넣어 진짜 효과를 내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화장품만을 소비자들에게 안겨 주고 있다.

플렌티플랜트는 새싹인삼으로 만든 진생 스킨케어 라인과 맥주박 등 업사이클링 원물로 만든 보디케어 라인 ‘브루버드’ 등이 있다.

플렌티플랜트의 진생 스킨케어는 대부분의 인삼 화장품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보통의 인삼 화장품들은 뿌리만 사용하지만, 진생 스킨케어는 뿌리 못지않게 사포닌(진세노사이드) 함량이 높은 새싹인삼의 잎과 줄기도 사용한다. 따라서 버리는 게 없다.

“소비자들도 딱 한 번만도 발라 봐도 플렌티플랜트의 진생 스킨케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대표가 이처럼 자신 있어 하는 것은 진생 스킨케어에는 라피끄가 개발한 원료화 특허 기술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천연식물체 연화 기술’과 '연화식물체 생물전환기술'이다.

진생 스킨케어에는 유효성분이 남아있는 잎과 줄기의 잔사물을 연성화하고 발효시켜 통째로 넣어 마치 스크럽 제품처럼 식물 입자들이 들어있다.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고 살살 문지르면 이것들이 녹아 피부에 흡수된다. 이는 식물 잎사귀를 구성하는 셀룰로오스 분자 연결다리를 중간중간 잘라내 그 형체가 흐물해지도록 하는 ‘천연식물체 연화 기술’ 덕분이다. '연화식물체 생물전환기술'은 연결다리가 끊어져 말랑말랑해진 식물의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다. 효소 또는 미생물 발효 과정을 통해 효능성분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도록 원물의 분자구조를 피부 전달에 효과적인 형태로 전환시켜 준다.

이 대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좀 더 쉽게 설명을 했다.

“인삼을 먹을 때 수삼보다 홍삼의 형태로 먹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기 위해 ‘9증9포’, 9번 찌고 9번 말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이 바로 '생물전환'입니다. 화장품도 홍삼처럼 '찌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성분이 더 효과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기술 하나를 개발해 원료화하고, 제품에 직접 적용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고 했다. 연화 기술도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친환경 업사이클링 기술로 1위 기업 노려

이 대표는 “라피끄는 남들과는 달리 식물 업사이클링 소재의 효능을 규명하고, 독창적인 원료를 개발해 자체 화장품까지 만드는, 기술로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핵심은 '1위'가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이다. 남다른 것을 찾다가 맥주 찌꺼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맥주 제조 과정 중 생성되는 발효 부산물인 맥주박에 단백질, 섬유질이 많다는 점을 떠올리고 연구에 돌입해 탈모 방지, 미백, 항산화 효과 등을 발견했다. 여기서 탄생한 맥주박으로 만든 업사이클 보디케어 화장품 블루버드다.

맥주박은 연간 버려지는 양이 310만t이나 된다. 그동안은 절반 이상을 매립했다. 1t을 땅에 묻을 때마다 513㎏의 탄소가 배출된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맥주 찌꺼기를 화장품 원료로 개발한다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데 한몫하는 셈이다.

“라피끄는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 화학 연구소 같다”고 하자 이 대표는 “사실 비슷하다”면서 하하 웃었다.

이 대표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연구실에서 각종 연구를 하면서 일반 화학보다 화장품 개발에 관심이 생긴 그는 한국콜마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홈플러스에서 PB 화장품 유통을 담당했고, 서울대학교 연구소에서 화장품 소재 연구를 했다. 화장품의 소재, 제형, 유통을 모두 경험한 이 대표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7년 라피끄를 설립했다. 뷰티 업사이클 기술 개발을 내세워 초격차 스타트업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식물에 남아있는 성분들을 그대로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으로 업사이클 뷰티 사업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물론 지금도 이 생각엔 변화가 없다. 일반적으로 식물에서 화장품에 사용할 유효성분을 추출할 때 그 효율은 10~15%에 그치고, 90% 가까이 남은 유효성분은 버려진다. 이 대표는 버려지는 90%까지 끌어오는 것 역시 일종의 업사이클링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남은 식물 찌꺼기를 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등록특허 22개, 출원특허까지 포함하면 41개의 특허와 40여개의 상표를 취득했고, 임팩트 팩터 10.1의 논문도 냈다. 화장품 소재 논문의 임팩트 팩터가 평균 1~2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 세계 상위 10% 수준의 저널에 논문이 실린 건 상당한 성과다.

올해는 퀀텀점프, 상장까지 내달린다

대표보단 연구자에 더 어울리는 느릿느릿한 말투를 지닌 이 대표는 원료 개발과 회사를 알리는 데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대표는 가능한 모든 창업 콘테스트에 나가 회사를 알리면서 연구성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참가한 모든 콘테스트에서 입상해 2억여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 상금은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회사이기에, 투자 유치에는 자신 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현재까지 벤처캐피탈로부터 약 57억원의 투자금을 받아냈고, 내년엔 1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투자금으론 산업단지를 매입해 공장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라피끄는 ODM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트렌드를 2~3년 미리 내다보고, 실패 가능성까지 고려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 쉬울 리 없으나 라피끄는 독점기술과 자체개발한 원료로 업계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점하고 있다. ‘라피끄만이 만들 수 있는 원료, 그 원료가 들어간 제품’의 차별성을 알아본 고객사들의 주문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매출 '퀀텀점프'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최근 수주가 급증해 천안 공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고 한다. 공장 신축을 기다리기엔 너무 급해, 현재 사용 중인 공장 증설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올해는 라피끄의 정수를 모아 출시한 브랜드 플렌티플랜트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화장품신문의 라이징 스타 선정이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고 다시 강조했다.  

“지금껏 자사몰과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소비자들을 만났습니다. 이제 오프라인 유통과 마케팅에 더 신경 쓸 예정입니다.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국 등지로의 수출도 속도를 내려고 합니다.”

라피끄는 20명의 직원 중 12명이 연구직으로, 대표와 비슷한 '연구바보'들이 다. 이 대표는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B2C 사업인 플렌티플랜트를 최대치로 키울 작정이란다.

이 대표는 하반기에 해양식물 업사이클 제품이 나오니 기대해달라고 했다. 2022년부터 순수 연구비만 15억원가량 쏟아부은 큰 프로젝트의 결실이 곧 세상에 나올 것이란다. 살짝 흘리자면, 해양수산부와 충남 서천군의 지원으로 괭생이모자반, 서천김 등을 화장품 원료로 개발 중이다.

“육지에 없는 특별한 소재를 연구하기 위해 제주에 연구실을 만들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괭생이모자반이 눈에 들어왔어요. 해변에서 썩어 악취가 나게 하는 유해조류입니다. 썩기 전에 쓰임을 찾아보자고 연구를 시작했죠. 현재 마무리 단계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 사무실 한켠에선 직원들이 초록잎을 이리저리 손질하고 있었다. 새로 연구하고 있는 식물의 전처리 과정이란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이 대표와 직원들은 ‘연구’ 관련 회의로 분주했다.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화장품 트렌드를 바꾸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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