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원종원의 커튼 콜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놀라운 재능으로 무대를 장악하다_뮤지컬 마틸다
원종원 기자 | media@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3-03-13 06:00 수정 2023-03-13 06:00


다섯살 꼬마 마틸다는 '변신'이나 '오만과 편견' 같은 어른용 서적까지 모두 읽을 만큼 독서광이자 천재인 여자아이다. 하지만 마틸다의 비범함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부모와 오빠는 마틸다를 그저 괴상한 아이라 생각한다. 마틸다를 이해해주는 건 오직 초등학교 담임인 허니 선생님뿐. 그나마 학교에서도 끔찍스런 존재가 아이들을 괴롭힌다. 바로 교장인 미스 트런치블이다. 올림픽 국가대표 해머 선수 출신인 그녀는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실 창밖으로 던져버릴 정도로 무자비하고 괴상한 존재다. 미스 트런치블의 잔혹한 학교 운영이 계속되자 마침내 마틸다는 자신의 숨겨진 초능력을 활용해 복수를 시작한다. 뮤지컬 '마틸다'의 발칙한 상상이 돋보이는 무대위 이야기다. 

원작은 노르웨이계 영국 소설가인 로알드 달의 소설이다. 우리나라 대중들에겐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작가다. '찰리...' 역시 소설로 시작해 영화가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다시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던 전력이 있다. 현대사회의 문화산업 분야에서 로알드 달의 원작들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기 콘텐츠들임을 실감할 수 있다.  

1916년 영국으로 이민 온 그의 부모는 인류 최초의 북극 탐험가인 노르웨이의 국민 영웅 로알드 아문젠의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도 로알드라 지었다. 겨우 세 살 때 누이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로알드 달은 홀어머니에게서 자라야 했다. 훗날 성인이 된 후 영국의 석유회사인 셸에 입사해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는 경험도 쌓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공군으로 입대해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했는데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살아남는 경험을 한 후 그 사건의 충격으로 글을 쓰게 됐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19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최고의 아동소설 작가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는데 늘 예상을 허락하지 않는 반전과 독특한 블랙 유머를 작품 속에 활용해 어른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절대적인 추앙의 대상이 되는 인기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그의 동화들이 '가장 대담하고, 흥미롭고, 유쾌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바로 이런 배경 탓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예상을 깨는 반전은 그의 작품들을 다양한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대상으로 활용되게끔 만들기도 했다. 특히 영화로 변신해 큰 흥행을 기록한 경우가 많았는데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앞서 언급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외에도 '마녀를 잡아라(The witches, 1983)', '마틸다(1988)' 등이 있다. 

'마틸다'를 영화로 만든 것은 작은 키에 코믹한 연기를 잘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대니 드 비토다. 그는 영화 '마틸다'에서 감독 및 제작 그리고 마틸다의 철없는(?) 아버지 역으로 출연까지 하는 1인 3역을 소화해냈다. 귀엽고 당찬 주인공 마틸다로 나왔던 아역 배우 마라 윌슨은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와 '34번가의 기적(1994)'에 등장했던 바로 그 귀여운 꼬마 여배우로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런 이미지를 이 작품 '마틸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해 큰 사랑을 받았다.

소설은 1988년에, 영화는 1996년에 만들어졌으며, 뮤지컬로 다시 탈바꿈된 것은 2010년의 일이다. 셰익스피어 생가로 유명한 영국 스트라트포드 어폰 에이본의 세계적인 극단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역대 두 번째로 시도한 뮤지컬 작품이다(처음 만든 뮤지컬 작품은 레미제라블로 오늘날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2011년 런던 웨스트엔드로 옮겨와 막을 올린 공연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고, 2013년 막을 연 브로드웨이 공연은 2017년 1월 종연될 때까지 자그마치 1555회의 연속 공연을 기록하는 인기를 누렸다. 영어권이 아닌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는 한국어 공연이 최초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뮤지컬 '마틸다'는 어른보다 더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귀여운 아이들의 연기로 정평이 나있다. 우리말 무대에서도 이러한 전통은 6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는 아역 배우들에 의해 충실하게 구현된다. 2022년 막을 올리는 앙코르 공연에서는 마틸다 역으로는 임하윤, 진연우, 최은영, 하신비의 네 소녀가 번갈아 무대를 꾸민다. 흥미로운 것은 이전 무대에 등장했던 아역배우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인데, 물론 그만큼 아이들이 빨리 자라버렸다는 의미기도 하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아역배우를 발굴해 수준급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뜻도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혀를 내두르게하는 아이들의 완벽한 무대위 모습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낸다. 어떻게 저 말들을 외웠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고 경악스러울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대사와 노래를 별 거리낌 없이 소화해낸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가 더욱 궁금해지는, 극을 떠나 완연한 천재끼가 다분한 꼬마 배우들의 모습을 대견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로테스크한 교장 미스 트런치볼은 늘 남자배우가 여장을 하고 무대에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 공연가에 유행하는 젠더 프리(혹은 섹스 프리) 캐스팅인데 올해 공연에서는 최재림과 장지후가 맡았다. 미스 허니 역의 방진의와 박혜미, 미세스 웜우드 역의 최정원과 강웅곤 등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2시간 넘게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는 아이들과 가족 관객들이다. 활자가 영상으로, 또 무대로 탈바꿈되는 현대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방식을 여실히 체험할 수 있다. 런던이나 브로드웨이에선 극장 기념품 가게에서 책을 사들고 귀가하는 행렬이 장사진을 이뤄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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