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은 인터넷 상에 그들의 홈페이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공연 일정을 알 수 있고 티켓을 예매할 수 있습니다. 또,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역사를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기도 하지요. 공연과 리허설 사진들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대세인 요즘에도 위에서 언급한 홈페이지의 기능들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비록, 일부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경우로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아카이브(Archive) 입니다. 아카이브는 ‘기록 보관소’를 의미하는데 이 아카이브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존재하다보니 ‘디지털 아카이브(Digital Archive)’ 라고 표기되곤 합니다.
아카이브에 담겨 있는 기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공연 프로그램 기록을 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언제 어떤 지휘자가 무슨 작품들을 지휘했다는 식의 기록이 그렇게 흥미롭겠나 하고요. 하지만, 이런 기록이 100년이 넘게 쌓여온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오케스트라나 공연장의 유구한 역사가 이미 느껴짐과 동시에 우리가 문득 궁금해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줍니다.
그 질문들이란 이를테면, 20세기 전반에 작곡가이자 당대의 명 피아니스트였던 라흐마니노프(S. Rachmaninoff, 1873-1943)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었을까? 말러(G. Mahler, 1860-1911)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빈 필)를 지휘할 때, 어떤 작품들이 연주되었을까? 같은 것들이죠. 이렇게 특정 연주회의 기록을 들춰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를 보다 긴 안목에서 관찰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프로그램 구성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필자가 이전 칼럼 <리사이틀과 협주곡>에서 다루었듯이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 20세기 전반에는 협주곡이 자주 연주되었다가 점차 협주곡 대신 소나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 하나의 예이죠.
오랜 시간 쌓여간 공연 프로그램 기록을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로는 1842년 같은 해에 창단된 빈 필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뉴욕 필)를 들 수 있습니다. 또, 1881년 창단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시 앞의 두 오케스트라처럼 창단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공연들의 프로그램 기록을 제공하지요. 공연장으로는 뉴욕의 카네기홀과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 그리고 빈의 대표적인 세 공연장인 무직페라인과 콘체르트하우스, 그리고 국립 오페라 극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만, 무직페라인과 스칼라 극장은 개관 시점이 아닌, 각각 1924년과 1950년부터의 공연 기록을 제공하며 빈의 국립 오페라 극장은 1955년부터는 모든 오페라 및 발레 공연 기록을 제공하지만 개관 시점인 1869년부터 1955년까지는 다수의 오페라 공연 기록만을 제공합니다.

뉴욕 필의 디지털 아카이브 화면 갈무리
이 중 뉴욕 필의 디지털 아카이브는 매우 특별한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공연 프로그램 기록도 풍부하지만 다른 아카이브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귀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그 자료는 바로 악보입니다. 일반 악보가 아닌 지휘자들이 직접 사용하면서 이런저런 사항들을 체크해놓은 스코어와 오케스트라 파트 악보입니다. 이 자료의 규모는 굉장히 방대해서 현 시점을 기준으로 스코어는 4200개, 파트 악보는 무려 36000개가 넘을 정도입니다. 이곳에 있는 다양한 작품들의 악보에는 뉴욕 필을 거쳐간 많은 지휘자들의 손길이 담겨 있는데 대표적으로 번스타인(L. Bernstein, 1918-1990)과 토스카니니(A. Toscanini, 1867-1957), 그리고 라인스도르프(E. Leinsdorf, 1912-1993)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말러의 표기가 담겨 있는 스코어도 있지요.
이 아카이브는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해서 스코어의 작은 부분을 계속해서 확대해도 화면의 선명도가 높게 유지되는데 이로 인해 지휘자들이 살짝 표기해놓은 부분도 생생하게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지휘자들이 악보에서 강조해놓은 부분, 템포 표기 그리고 악보 수정 등을 볼 수 있는 학문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경우는 어떨까요? 서울 시립 교향악단과 KBS 교향악단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영상 기록을 중심으로 공연 관련 기록들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점은 흥미롭고 가치가 높지만 2000년대 이전의 공연 기록들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두 오케스트라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지요. 공연장의 경우도 마찬가입니다.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따로 아카이브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데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연장이었던 이 공간에서의 공연 기록들이 잘 정리되어서 따로 제공된다면 그 자체로 상당히 흥미롭지 않을까 합니다.
비록, 일부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경우로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아카이브(Archive) 입니다. 아카이브는 ‘기록 보관소’를 의미하는데 이 아카이브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존재하다보니 ‘디지털 아카이브(Digital Archive)’ 라고 표기되곤 합니다.
아카이브에 담겨 있는 기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공연 프로그램 기록을 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언제 어떤 지휘자가 무슨 작품들을 지휘했다는 식의 기록이 그렇게 흥미롭겠나 하고요. 하지만, 이런 기록이 100년이 넘게 쌓여온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오케스트라나 공연장의 유구한 역사가 이미 느껴짐과 동시에 우리가 문득 궁금해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줍니다.
그 질문들이란 이를테면, 20세기 전반에 작곡가이자 당대의 명 피아니스트였던 라흐마니노프(S. Rachmaninoff, 1873-1943)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었을까? 말러(G. Mahler, 1860-1911)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빈 필)를 지휘할 때, 어떤 작품들이 연주되었을까? 같은 것들이죠. 이렇게 특정 연주회의 기록을 들춰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를 보다 긴 안목에서 관찰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프로그램 구성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필자가 이전 칼럼 <리사이틀과 협주곡>에서 다루었듯이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 20세기 전반에는 협주곡이 자주 연주되었다가 점차 협주곡 대신 소나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 하나의 예이죠.
오랜 시간 쌓여간 공연 프로그램 기록을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로는 1842년 같은 해에 창단된 빈 필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뉴욕 필)를 들 수 있습니다. 또, 1881년 창단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시 앞의 두 오케스트라처럼 창단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공연들의 프로그램 기록을 제공하지요. 공연장으로는 뉴욕의 카네기홀과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 그리고 빈의 대표적인 세 공연장인 무직페라인과 콘체르트하우스, 그리고 국립 오페라 극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만, 무직페라인과 스칼라 극장은 개관 시점이 아닌, 각각 1924년과 1950년부터의 공연 기록을 제공하며 빈의 국립 오페라 극장은 1955년부터는 모든 오페라 및 발레 공연 기록을 제공하지만 개관 시점인 1869년부터 1955년까지는 다수의 오페라 공연 기록만을 제공합니다.

뉴욕 필의 디지털 아카이브 화면 갈무리
이 중 뉴욕 필의 디지털 아카이브는 매우 특별한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공연 프로그램 기록도 풍부하지만 다른 아카이브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귀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그 자료는 바로 악보입니다. 일반 악보가 아닌 지휘자들이 직접 사용하면서 이런저런 사항들을 체크해놓은 스코어와 오케스트라 파트 악보입니다. 이 자료의 규모는 굉장히 방대해서 현 시점을 기준으로 스코어는 4200개, 파트 악보는 무려 36000개가 넘을 정도입니다. 이곳에 있는 다양한 작품들의 악보에는 뉴욕 필을 거쳐간 많은 지휘자들의 손길이 담겨 있는데 대표적으로 번스타인(L. Bernstein, 1918-1990)과 토스카니니(A. Toscanini, 1867-1957), 그리고 라인스도르프(E. Leinsdorf, 1912-1993)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말러의 표기가 담겨 있는 스코어도 있지요.
이 아카이브는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해서 스코어의 작은 부분을 계속해서 확대해도 화면의 선명도가 높게 유지되는데 이로 인해 지휘자들이 살짝 표기해놓은 부분도 생생하게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지휘자들이 악보에서 강조해놓은 부분, 템포 표기 그리고 악보 수정 등을 볼 수 있는 학문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경우는 어떨까요? 서울 시립 교향악단과 KBS 교향악단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영상 기록을 중심으로 공연 관련 기록들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점은 흥미롭고 가치가 높지만 2000년대 이전의 공연 기록들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두 오케스트라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지요. 공연장의 경우도 마찬가입니다.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따로 아카이브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데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연장이었던 이 공간에서의 공연 기록들이 잘 정리되어서 따로 제공된다면 그 자체로 상당히 흥미롭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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