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조정현(미즈메디병원 원장) 며칠 전 동결보존한 수정란을 이식해 임심이 성공한 여성이 예쁜 딸을 출산했다. 그녀는 4년 전 시험관아이로 첫 아이를 낳았고 그때 남겨놓았던 잉여 수정란을 냉동시켜 동결보존 후 10여개월 이전에 녹여 그녀의 자궁 내에 이식함으로써 임신이 되었으며 이제 그 결실을 본 것이다. 첫 아이와 둘째 아이는 네살 터울의 남매가 됐지만 실제로 같은 시기에 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냉동 기술을 이용하여 임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이 하나의 중요한 임신보조시술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냉동기술은 식물의 씨앗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식물의 씨앗은 추운 동절기를 넘기기 위해 식물들이 생존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씨앗은 모든 수분을 제거하고 고농도의 세포 고형성분으로 되어 있다. 다만 씨앗을 축축한 땅 속에 심지만 않으면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장기간 생명력을 보존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에 힌트를 얻어 냉동수정란은 세포를 얼리면서 탈수시키는 방법으로 마치 식물의 씨앗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 동결보존하는 것이다. 즉, 수정란을 고농도의 과당(설탕의 일종)과 냉동보호제 속에 넣고 천천히 온도를 내리면 수정란 속의 물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그러면 수정란은 세포 고형성분만 남게 되고 수분은 없는 상태가 된다. 수정란 외부의 물은 얼음을 형성하고 수정란을 에워싸게 된다. 이렇게 영하 50℃까지 온도를 천천히 내린 후 냉동수정란을 영하 196℃의 액화질소 탱크 속에 보관하게 된다. 이렇게 보관된 냉동수정란은 원래의 소유자가 임신을 원할 때 녹이게 되는데 녹이는 것은 대체로 얼리는 것을 거꾸로 하게 되며 얼리는 것보다는 비교적 간단하다. 조심스럽게 녹인 수정란을 자궁 내에 이식해줌으로써 임신을 유도하게 된다. 냉동기법은 수정란뿐만 아니라 난자 자체를 냉동하기도 하며 정자는 오래 전부터 냉동해 왔다. 그외에도 미성숙 난자나 난소조직 전체를 냉동 동결보존하기도 하였으며, 정자가 들어 있는 고환조직 전체를 냉동시켜 동결보존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냉동기술이 발전해 왔다. 냉동수정란으로 임신했던 또 다른 한 여성이 "자신의 아기가 태어나면 다른 아이들하고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하며 걱정했었다. 냉동수정란으로 태어난 아기들도 예쁘고 건강하기는 마찬가지다. 냉동수정란 아기는 신이 만들어주신 생명체의 탄생을 조금 늦추어서 보다 더 좋은 시기에 태어나게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