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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그널]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Musical Over:view)

서울에서 만나는 뉴욕, 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입력시간 : 2020-07-31 13:51       최종수정: 2020-07-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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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추억이 생생하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맡겼던 나 홀로 첫 여행. 유학을 마친 뒤 멋지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어디를 제일 먼저 가보고 싶냐던 질문에 내 대답은 주저 없이 브로드웨이였다. 거대 전광판에 화려한 불빛,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타임스 스퀘어를 시원하게 가로지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마치 꿈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 이 특별한 추억으로 가득한 공간을 서울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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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42nd Street)’가 한국 초연 24주년을 맞아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어느덧 17번째 시즌이다. 남경주, 황정민, 박해미, 류정한, 옥주현 등 내로라하는 스타 배우들이 거쳐 간 작품답게 이번 시즌 출연진 역시 믿고 보는 배우들로 가득하다. 뮤지컬 입문작으로도 익히 알려진 만큼 단순한 전개, 유쾌한 퍼포먼스, 눈부신 의상과 세트에 그 흔한 악역 하나 없는 캐릭터까지 두루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를 다 갖춘 작품이다. 실제로 작품이 상연되고 있는 샤롯데씨어터에 들어서면 세대나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관객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뮤지컬계 스테디셀러 대표작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만큼 긴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 소설가 겸 각본가 브래드포드 로페스의 원작 소설(1932년 작)을 바탕으로 1933년 영화로 먼저 제작됐고, 뮤지컬은 1980년 뉴욕 윈터가든 극장에서 초연됐다. 그리고 같은 해 토니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뮤지컬 최우수 작품상과 안무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국내에선 1996년 호암아트홀 라이선스 초연 이후 2016년 리바이벌 버전을 선보이며 변함없이 꾸준한 인기를 누려 왔다.

작품은 극중극 ‘프리티 레이디’의 제작 과정을 그린다. 브로드웨이 최고 연출가 줄리안 마쉬가 새로운 뮤지컬을 제작한다는 예고와 함께 본격적인 막이 오르고 곧이어 오디션 준비에 한창인 배우들이 보인다. 이때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무대 위 ‘다리’로 향한다. 독특하게도 이 작품은 포스터와 음원 커버, 심지어 포토월에서조차 작품 속 무용수들의 길게 뻗은 다리를 유독 강조한다. 참신한 전략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배경엔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까.

사본 -20_42번가 보도용컷3.jpg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배경이 된 1930년대 미국은 전례 없는 대공황으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던 시기였다. 어렵게 쌓아 올린 자본주의의 뿌리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했으나 이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뮤지컬 또한 마찬가지다. 스토리라인만 두고 본다면 앨런타운 출신 무명 코러스 걸 페기 소여가 우연한 기회로 작품에 합류해 결국 주연으로 발탁되어 뉴욕에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전형이지만 절대 단순하지만은 않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단 한 사람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집중하지 않는다. 작은 파랑새가 화려한 날갯짓을 시작할 때 그의 곁엔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어쩌면 서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순간이나 공연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도 작품 속 인물들은 좌절하거나 주저앉기보다 미소 띤 얼굴로 계속해서 춤추기를 선택한다. 굳건한 의지와 희망의 상징과도 같은 두 다리는 그 모든 것을 버틸 힘이었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힘차게 바닥을 차고 오르는 모습은 재즈풍의 경쾌한 스윙 음악과 심장을 두드리는 탭 사운드와 어우러져 크나큰 감동을 선사한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의상에 날아갈 듯 가벼운 몸짓,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황금빛 탭댄스의 향연을 보다 보면 어느새 다리로 리듬을 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본 -브로드웨이42번가 공연사진_고화질.jpg


이렇게 작품에 등장한 모두의 이야기는 요즘 우리 일상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다 같이 꿈의 무대를 완성해내는 과정은 힘겨운 버티기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다시금 커다란 용기를 준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침체기를 맞이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어쩌면 정말 장기전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고, 우리 역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가끔은 삶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활기를 불어넣어 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와 함께 희망찬 발걸음을 내디뎌 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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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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