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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CSR 전망] 화장품 선진국으로 가는 관문…국제 동향 면밀히 살펴야

이종오(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안용찬 기자   |   aura3@beautynury.com
입력시간 : 2017-01-06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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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업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GDP를 기준으로 국가와 기업의 순위를 매겨 보면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의 GDP가 어지간한 국가들보다 앞서 있다. 힘이 크다는 건 그만큼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이 많고 다양하며, 그들의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와 거의 동일하다. 글로벌화 된 세계에서 기업의 힘, 특히 다국적 기업의 힘은 일국 차원에서는 통제하기 불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비즈니스 환경은 거미줄처럼 복잡해 졌다.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주장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마이클 포터 교수의 자본주의는 포위되어 있다“는 표현을 차용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소비자·고객·투자자·임직원·공급망·NGOs·정부·지역사회 등)에게 ‘기업은 포위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 기술의 발달은 기업 정보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성과 유통을 혁명적으로 강화시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인 ‘ISO26000’은 사회적 책임을 조직의 결정과 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통해 조직이 지는 책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에는 법과 국제행동규범 준수는 물론 이해관계자의 기대 고려가 포함되어 있다. 법치 존중과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의무의 준수는 사회적 책임의 근본원칙이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은 법률준수 이상을 의미하는데, 조직이 이해관계자(stakeholders)의 기대사항(expectations)을 고려해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로 보이지만 전 세계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조직은 어떤 영역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사회적 책임의 목표는 무엇인가. ISO26000은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거래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이라는 7대 영역을 제시하고 있으며, 모든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최대한 공헌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조직의 지속가능성 추구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지속가능성 기여를 통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라는 의미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식으로 인식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의 지속가능경영은 이 점에서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국제적 흐름은 ‘글로벌화와 법제화(혹은 제도화)’로 요약된다.


ISO26000을 필두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전 세계 기업들의 협약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와, 기업들에 투자할 때 ESG 즉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하겠다는 책임투자원칙(PRI),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정보공개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GRI, 기후변화·물·생물다양성 등 전 지구적 환경 이슈와 관련한 기업 정보공개의 표준과 금융기관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CDP,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에 바탕을 둔 금융기관들의 행동협약인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전자업체 행동규범인 EICC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들이 글로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글로벌적 이니셔티브들은 자발적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내용들의 일부는 점점 제도화 혹은 법제화 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CSR 선진국인 유럽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자발적 영역 혹은 윤리적 영역이 법적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점은 오로지 자발성에 근거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CSR의 이러한 국제적 조류 속에 있다는 점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이냐, 내수 중심 기업이냐, 속한 산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인식과 체감 정도 그리고 대응의 수준이 다를 뿐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이거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내수시장에 기반한 기업보다 CSR에 더 적극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업과 거래를 할 때, 특히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종종 CSR과 관련한 일정 수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산업의 비즈니스 그룹인 EICC(전자산업시민연대)는 전자산업계 전반에 걸쳐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고, 근로자가 존중 받는 동시에, 환경친화적이고 윤리적인 기업 운영을 위해 표준(노동, 안전보건, 환경, 기업윤리, 경영시스템)을 제정했다. EICC 참여 기업은 자사의 규범 준수 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이를 적용하도록 노력하되, 최소한 1차 협력사들이 EICC 규범을 수용하고 이행하도록 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규범을 준수하지 않거나 미달인 협력사는 거래관계의 지속성에 중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물·산림자원 등 환경 이슈와 관련한, 금융기관들의 글로벌 정보공개 이니셔티브인 CDP도 CDP Supply Chain을 통해 공급망의 환경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3월 시행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을 통해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류 등의 제품 판매를 금지했다. 또 2016년 9월부터는 유럽연합 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한국 등 제3국에서 동물실험을 한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도 EU에서는 유통·판매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동물복지(animal welfare)를 중시하는 유럽의 문화가 법으로 반영된 조치라 할 수 있다. 법으로 만들어지기 전에도 동물복지는 유럽 기업들에게는 CSR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동물실험 화장품 유통·판매 금지 조치에서 알 수 있듯이 CSR은 일종의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CSR 그 자체’가 아니라 ‘CSR로 규정된 이슈들’이 그렇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많지만, K-뷰티 열풍을 타고 중국은 물론 유럽·미국 등 화장품 강국으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등 보건산업 분야별 세부 분석을 포함한 2016년 성과와 2017년 전망 발표에 따르면, 2016년 화장품 산업 수출액은 2015년보다 37.5% 증가한 35억6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또 2017년 화장품 산업은 생산 10.4%, 수출 24.5%, 매출 12.5%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실 화장품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한 시장은 바로 중국·홍콩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CSR 동향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나마 언급할 가치는 충분하다. 주목할 점은 CSR 선진국인 유럽은 말할 나위 없고 중국에서도 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간접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CSR 혹은 SRI(사회책임투자) 등을 주제로 한 국제 세미나 혹은 컨퍼런스에 중국 정부 당국자나 중국 기업인들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국은 2001년 12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한 이후, 2006년에 기존 기업법을 개정해 신(新)기업법을 발표하는데, 기업법 제5조에 다음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추가해 명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는 동시에 법, 사회공중도덕, 상업도덕을 준수하고 기업신용을 지키며 정부와 사회의 감독을 수락해서 사회적 책임을 실행해야 한다.” 또 2008년 1월에는 중국 정부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SASAC)는 ‘중앙기관 국유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지침’을 만들어 국유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직속인 중국사회과학원은 2009년부터 국유기업, 민간기업, 외자기업을 대상으로 CSR을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 언론에도 이 평가와 관련한 기업들의 성적이 우리나라 기업을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CSR은 현재까지는 시장보다는 정부가 추동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노동, 인권보다는 현재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환경과 보건, 식품안전, 복지와 분배 등을 통한 양극화 해소, 사회적 안전망 확충 등에 정책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관심은 기업 입장에서는 CSR 이슈이기도 하다. 사실 중국 정부와 국민들은 자국의 기업보다는 외자기업들의 CSR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2008년 발생한 쓰촨성(四川省) 지진 때 외자기업이 벌인 구호 등 사회공헌 활동 이후 더욱 그렇다. 향후 중국 정부나 국민들의 CSR에 대한 요구는 더욱 다양해 지고 눈높이 또한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유럽 등 CSR 선진국 수준의 눈높이에 최소한 부합하는 유·무형의 규제도 지속적으로 도입하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유·무형의 강한 규제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세계 최초로 CSR 활동-엄밀히 말하면 CSR 활동 중 일부인 사회공헌 활동을 의무화 한 인도가 대표적이다. 인도는 지난 2014년 회사법을 개정해 기업의 순자산이 50억 루피 이상, 매출액이 100억 루피 이상, 순이익 5000만 루피 이상 중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 직전 회계연도 3개년 평균 순이익의 2% 이상을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고 의무화 했다. 사용 내역을 공시해야 하며, 사용 규모가 기준에 미달하면 그 이유도 공시해야 한다는 법이다. 이 법은 인구의 70% 이상이 극심한 빈곤층이라는 인도의 상황과 간디의 신탁사상(Trusteeship)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도 인도와 유사한 CSR 의무화 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이 현재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CSR의 국제적인 동향이나 진출한 시장의 CSR과 SRI 흐름에 촉수가 둔감하다면, 그리하여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는 시간 문제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산업은 기본적으로 CSR 리스크가 매우 큰 산업에 속한다. 소비자 접점이 상대적으로 넓은 B2C 산업으로, 특히 유해 화학물질 등 제품안전 이슈가 두드러진다. 사업장 안전과 협력사·대리점주와의 공정거래 관행 등 상생 이슈도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다. 2016년 11월 4일 파리협약이 전격 발효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경영과 물경영, 생물다양성 등 환경 문제는 물론 이와 관련한 지속가능한 제품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리스크다.


화장품 산업이 위와 같은 CSR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깊히 인식하는 건 전략적 CSR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산업의 CSR 리스크만을 집중해 본다면, 숲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CSR과 SRI 관련 전반적인 동향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CSR과 SRI가 전세계적으로 법제화·제도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기업들은 이에 대한 흐름들을 우선적으로 알아야 한다. 법과 제도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스탠다드화 되고 있는 이니셔티브들은 기업 경영에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CSR과 관련한 가장 큰 흐름은 ‘투명성 강화’다. ISO26000에서는 이해관계자 식별과 참여를 사회적 책임의 근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소통을 위해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 투명성 강화를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정보의 공시를 의무화 하는 법과 제도라는 방식이 강구되기도 하고, 또 국제적인 기관들의 정보공개프로젝트라는 방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ESG는 기업 활동의 비재무적인 영역 혹은 사회적 책임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EU 의회에서는 2014년 4월 15일, 50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 및 그룹사에 대해 환경, 인권, 반부패 등 CSR 관련 계획, 정책, 성과 등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킨 바 있다. 2017년부터 이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관련 사항에 대해 의무적으로 보고를 해야만 한다. 만약 관련 사항에 대해 보고를 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즉 '원칙준수, 예외설명‘(Comply or Explain)이라는 연성규제(soft law) 방식이다. 사실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 비전과 전략, 실행 방안과 각종 ESG 관련 활동과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고는 있지만, 이 보고서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발간하기 때문에 경쟁업체, 동종 산업 간 비교 측면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U의 ESG 공시 의무화 조치는 이런 배경에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제화가 진행 중이다. 즉 상장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발간하는, 그래서 투자자들이 기업분석에 가장 빈번하게 참고하는 사업보고서에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우리나라 현행법 하의 사업보고서에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에 포함된 기업에 한해서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녹색기술 인증사항 등 일부 환경 정보만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을 뿐, 그 이외의 비재무적 정보의 공시는 기업의 자율이다.


홍일표, 이언주 국회의원은 상장기업의 ESG 관련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ESG 정보공시 의무화법)을 각각 발의했다.(표1 참조) 당이 다른 만큼 공시 내용에 대한 법안도 그 수위가 다르다. 이언주 의원의 법안이 좀 더 강한 편이다. 사실 19대 국회 때 두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이번 법안은 그동안 변화된 사회와 기업환경을 반영해 공시 사항을 좀 더 보강했다. 여소야대 국회, 그리고 박근혜 정부시절 폐기되어 버린 경제민주화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EU의 관련 법 제정이 우리나라 기업에도 공급망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업의 CSR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기업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 특히 중견·중소 상장기업은 할 수 있는 사항부터 미리 점검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상장되어 있는 화장품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또 상장되어 있지 않더라도, 중대하다고 하는 공시사항부터 이해관계자들과 정보를 공개하고 소통함으써 CSR 리스크를 매니지먼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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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과 제도는 아니지만 정보공개를 촉구해 금융기관을 필두로 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차원의 정보공개프로젝트가 있다. CDP가 대표적이다. CDP는 기후변화·물·산림자원 등 전지구적 차원의 환경 이슈에 대해 주요 상장기업들이나 이 기업들의 공급망 기업들에게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이를 분석해 매년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금융기관의 투자나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정보공개프로젝트다.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주체는 전세계 금융기관들이다. 하지만 CDP의 정보는 기업들이 공개를 결정하는 한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볼 수 있다. 6000개에 육박하는 전세계 주요 기업들이 CDP를 통해 자사의 탄소경영 등 환경경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 CDP 정보는 유엔을 비롯해 구글 파이낸스, 블룸버그 터미널, 독일증권거래소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거래소도 SRI 지수를 위한 데이터로 사용하고 있다.


CDP에는 CDP Climate Change(기후변화), CDP Water(물), CDP Forest(산림자원), CDP Supply Chain(공급망), CDP Cities(도시), CDP Carbon Action(탄소감축행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2016년에 CDP Climate Change를 통해 기업들에게 기후변화 관련 경영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한 금융기관만 해도 827개에 이른다. 이들의 운용자산만도 100조 달러로, 이는 전세계 운용 금융자산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CDP에 참여한 선도적인 금융기관들(예-노르웨이 연기금, 알리안츠, AXA 등)은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철회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섰다. 또한 Carbon Action 프로그램에 참여한 304개의 투자자들은 1,300개의 기업에 정보공개와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CEO에 직접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기업관여(engagement)를 실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일부 기업들도 이 서한을 받고 CDP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파리협상의 정식발효로 2017년에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정보공개 촉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CDP Supply Chain을 통한 주요 기업들의 환경(기후변화·물·산림자원) 관련 공급망 관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CDP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CDP Climate Change와 CDP Water 프로그램이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도 정보공개 대상에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기업들만이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정보공개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CDP Supply Chai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언제든지 상장기업만이 아니라 비상장기업들도 정보공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기업 중 로레알은 2020년까지 탄소 60%, 물 60%, 폐기물 60% 감축을 자사의 환경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협력업체와 공동 노력하고 있다. 자사의 공급망 기업들에게 CDP를 통한 기후변화와 물 관련 정보공개 요청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산재사고와 제품안전 사고 등이 빈발하고 있다. 산재 측면에서는 인명사고를 유발한 기업에 형사책임을 묻는 이른바 ‘기업책임법’ 도입 요구가 이어지고, 제품안전 측면에서는 ‘제조물책임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통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회CSR정책연구포럼의 지원으로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SMDP·Safety Management Disclosure Project)를 론칭해 기업들에게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안전·보건 등과 관련해 사고노출 위험성이 높은 산업군에 속한 120여개 기업이 그 대상이다. 안전경영 정책, 목표, 시스템, 위험관리, 커뮤니케이션, 성과, 제품 및 서비스의 안전책임, 보고데이터의 신뢰성 등으로 질문지가 구성되어 있다. SMDP는 CDP처럼 ESG 평가기관에 데이터가 제공되며, 금융기관의 기업가치 평가는 물론 투자와 대출 등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지역사회, 시민사회,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안전과 관련해 사회적 제어력을 높임으로써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지금, 화장품 기업들도 정보공개의 대상이다. 대기업이 그 대상이지만, 이 정보공개 대상 기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의 ESG 정보공시 의무화와 정보공개 촉구 등을 통해 기업의 CSR을 촉진할 수 있지만, 지본시장에서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서도 CSR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혹은 책임투자(RI·Responsible Investment)와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상시적인 기업관여를 기본으로 한 주주권 행사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와 관련한 법과 제도도 만들어 졌거나 만들어 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가 전격 도입되었다. 2016년 12월 19일, 재계의 반대 등 우여곡절 끝에 제정되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기업들이 사회책임투자의 맥락 속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기관투자자들의 활동 원칙이다.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예-펀드운용자)는 돈을 맡긴 투자자(주인 혹은 고객)의 이익을 위해 충성(loyalty)과 주의(care)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수탁자 책무(fiduciary duty)을 위한 지침이다.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브라질,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도입했다.


이 코드는 다음과 같은 7대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칙1 :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원칙2 :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원칙3 :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 △원칙4 :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원칙5 :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 내역과 그 사유 공개 △원칙6 :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 보고·공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다. 코드 가입이 자율적이고, 가입하더라도 '원칙준수 예외설명(Comply or Explain)'이라는 연성규제(soft law) 방식을 택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있지만, 최근 회계부정, 정경유착 등 기업의 각종 ESG 리스크가 사회적으로 중대한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코드 가입에 압력과 동력이 되고 있다.


기업이 주목할 점은 이 코드 제정으로 ESG를 고려한, 기관투자자들의 기업관여가 늘고,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가 증가하며, 특히 경영진이 올린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애초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배경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고 그 대표적인 증거로 경영진 안건에 대해 찬성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바 있는 이사나 감사 선임, 경영실적과 연동되지 않은 과도한 보수지급이나 성과보상, 사외이사 독립성 등 지배구조의 이슈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배구조 문제만이 아니라 향후 환경, 사회 이슈와 관련해서도 ESG 관점에서의 기업관여가 활성화 될 가능성이 열렸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에 투자했다가 비난을 받았고,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해당 기업에 기업관여 측면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레터를 보내기도 했다.


시장친화적으로 CSR을 추동할 수 있는 SRI 즉 사회책임투자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맥을 같이 한다. 책임투자 기관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PRI(책임투자원칙)는 수탁자 책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SRI는 전세계적으로 21조3580억원 규모(2014년 기준)로 성장하며, 주류 투자로 부상하고 있다. PRI 가입기관도 1570여개에 달하고,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62조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SRI 규모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으로 총 7조8651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공적연기금, 그중에서도 국민연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도 전체 운용기금 대비 SRI 비중은 1.33%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이 SRI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은 2015년 초에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다. 즉 국민연금이 투자를 할 때 투자대상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고, 관련 사항의 공시를 의무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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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중심이 되어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모든 공적연기금이 SRI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화가 추진 중이다. 이른바 ‘국가재정법 개정’이다. 국가재정법 상 공적연기금은 국민연금을 포함해 65개다. 2016년 기금규모만 해도 1579조6055억원이 이른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발빠르게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표2 참조) 또 지난 2016년 9월 28일 발족한 국회SRI정책연구포럼(공동대표 이원욱, 김한표)에서도 노웅래 의원안과 유사한, 그러나 보완적인 법안 발의 준비 중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어, 모든 공적연기금의 SRI 투자가 활성화 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CSR도 양질 모두의 측면에서 제고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재정법과는 별개로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가 투자시 역시 투자대상의 ESG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자본시장도 CSR을 잘 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적극적인 기업관여를 통해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015년 5월 UN지속가능거래소(SSE)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한국거래소는 △KRX ESG 리더 150(ESG 통합성과가 우수한 기업 150사) △KRX Governance 리더 100(지배구조성과가 우수한 기업 100사) △KRX Eco 리더(환경성과가 우수한 기업)를 운영하고 있다. 또 2016년 10월부터는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 및 한국예탁결제원 Seibro 시스템에 상장사의 ESG 등급을 공시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공적연기금은 국민연금 말고도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수가 있다.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하고 화장품 상장기업(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한국콜마홀딩스, 코스맥스 등)도 있다. 이들 기업은 CSR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SRI는 CSR을 잘하는 기업에는 기회이자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할 수 있다. 


CSR은 정부의 공공 조달을 통해서도 촉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공조달시장은 100조 규모다. 우리나라는 조달 과정에서 인권, 노동, 환경, 공정거래관행, 소비자 이슈 등 사회적 책임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을 2016년 초 조달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시켜 놓았다. 이른바 사회책임 공공조달이다. 또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도 사회책임 공공조달을 조례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회책임 공공조달은 EU 등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중소기업의 CSR 활성화를 위한 지원 근거조항이 들어 있다. 이를 토대로 중기청은 2016년 10월 ‘사회적 책임경영 중소기업 육성 기본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상장이나 비상장 중소 화장품 기업들은 이를 통해 CSR 추진을 모색할 수 있는 통로를 찾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전체 산업과 관련해 CSR을 지원하는 근거 조항이 담긴 ‘산업발전법’을 실효성을 가지도록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고, CSR 국가전략을 수립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모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CSR은 이제야 촘촘한 생태계를 만들자는 논의 단계에 들어서 있다. ISO 26000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조직 성과의 인식과 현실은 다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조직의 경쟁 우위 △조직의 명성 △근로자 또는 회원, 고객, 의뢰인 또는 이용자들을 모으고 유지하는 능력 △피고용인의 사기, 의지표명 및 생산성의 유지 △투자자, 소유자, 기부자, 후원자 및 금융계의 견해 △기업, 정부, 언론, 공급자, 동료조직, 고객 및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사회와 조직과의 관계. 그래서 CSR은 기업의 현재이며 또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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